|
▲ 정옥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사진은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소속 의원일 당시 모습. |
ⓒ 유성호 |
|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아래 재단) 정옥임 이사장이 탈북자들을 고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단은 지난 5월 중순 '재단이사장 정옥임' 명의로,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에 탈북자 단체들의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재단 운영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리고 이 글에 재단을 비난하는 댓글을 단 성명불상자들을 경찰에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문제의 글 중 하나는 탈북인단체총연합 한창권 대표가 '탈북자 동지회' 누리집에 "제가 쓴 글이 아니고 어떤 분이 진정을 담아 마음으로 쓴 글"이라면서 올린 글이다. 이 글에는 재단 간부들의 연봉과 사무실 임대료 등과 관련해 재단 운영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대표는 이 글과 관련해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어 8월 13일에도, 한창권 대표와 다른 탈북자단체 '평화의 집'의 장철봉 원장을 각각 모욕과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18일 다른 탈북자 단체 간부 네 명과 함께 정 이사장이 불참한 가운데 재단 간부들을 만나 재단운영 등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가 정 이사장에 대해 '그 년'이라고 두 차례 욕설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탈북자 단체들은 재단이 '탈북자 지원'을 뺀 남북하나재단이라는 별칭을 만들어 이를 법률명칭보다 더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재단 용역사업 기준이 너무 높아 실질적으로 탈북자들이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날 모임은 탈북자 단체 대표들과 재단간부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장철봉 원장은 올해 1월 7일, 다른 탈북자단체 대표들 5~6명과 재단 간부들이 만난 자리에서 현장에 불참한 정 이사장을 두고 "용광로에서 한 번 쇠에다 달아야 되겠다"라고 말해 협박죄로 고소당했다.
재단 운영·이사장 비판 과정서 욕설... "이게 고소할 만한 사안인가"이들은 정 이사장의 고소를 두고 "이게 고소할 만한 사안이냐"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1차 고소내용과 정 이사장이 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을 꺼리는 것을 거론하는 중에 그런 말을 한 것은 맞지만, 강연회나 기자회견 장에서 한 말도 아니다, 몰래 녹음해서 고소한 것은 매우 지나치다"라면서 "탈북자들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정 이사장이 탈북자 단체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우리를 시범 케이스로 삼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장 원장도 "지난 1월 7일 분야별 간담회 자리에 정 이사장이 불참한 것에 대해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는 취지로 했던 말"이라면서 "북한에서는 생활 총화에서 늘상 '뇌를 사상단련의 용광로에 넣어 단련시켜야겠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그런 습관에 따라 한 말을 갖고, 7개월이 지난 지금 협박이라고 느껴서 고소한다는 것은 마음에 안 맞는 사람에 대한 손보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탈북자 정착지원이 주 임무인 재단이 탈북자를 고소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이들 탈북자 단체들과 재단 사이에 재단 운영을 놓고 발생한 갈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탈북자단체들은 재단 예산 250억 원이 퇴직 공무원 등 재단 간부들을 위해 과다하게 집중되면서 정작 탈북자 지원이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장애인단체들의 임원진 대부분이 장애인인데 비해 재단은 이사와 간부진 중에 단 한 명의 탈북자도 없고, 재단에 탈북자 고용을 요청해도 소수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면서 '재단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단은 이들 단체들이 국내 2만7000여 명의 탈북자들을 실제로 대표하고 있느냐는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탈북자 지원의 엄밀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단 운영 놓고 양측 갈등... 재단, 탈북자 단체들 대표성에 문제제기지난 2월 7일 정 이사장과 탈북자단체 종합간담회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이날 정 이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바로잡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대표 단체가 다른 단체들에 비해 과다 지원을 받았다고 지적된 것을 말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단체들의 연합 모임이기 때문에 전체를 모아놓은 액수가 많은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던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재단의 예산 집행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김병헌 재단 대외협력부 부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많은 탈북자분들이 북한에서의 경험상 어떤 글이 올라가면 일단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 어떤 주장이든 적절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소하게 된 것"이라면서 "1차 고소의 경우 댓글들의 내용이 심각해서 고소했는데, 탈북자뿐 아니라 탈북자들 지원하는 분들이나 다른 일반인들도 이용하는 누리집이었기 때문에 꼭 탈북자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대표의 발언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나온 것이었고, 장 원장의 발언은 북한과의 문화적·언어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검토해봤으나 발언 당시 현장 분위기와 우리가 (이 사안과 관련해) 물어본 탈북자들은 협박으로 봐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고소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 이사장이 탈북자 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을 꺼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탈북자 단체가 70개 정도 되는데 이 단체들이 과연 전체 탈북자들을 대표하느냐는 문제가 있다"라면서 "탈북자들도 대단히 다양하고, 통일부에 단체등록도 안된 임의단체, 사실상 1인 단체들도 많다"라고 답했다. 그는 재단 이사와 간부진에 탈북자가 전무한 상황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나, 그건 재단이 아니라 통일부의 권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