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 창 권입니다. 지난 2월 7일 오후 2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사장 정옥임. 이하 재단이라 함) 5층 대강당에서 재단 주최 탈북자단체장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재단 신임이사장 부임 후 범 탈북자단체장들간의 첫 상견례자리라는 뜻이 짙은 자리였습니다.
이날의 간담회장은 긴장감과 숨막힐듯한 팽팽한 분위기였음을 참석자 모두 어렵지 않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최측의 요청으로 연합뉴스 기자들의 카메라취재도 이런 분위기를 더욱 짙게 했습니다.
최근 재단 신임이사장의 사려 깊지 못한 탈북자단체들간의 불통의 언행이 빚어낸, 지난 1월 24일 프레스센터 범 탈북자단체장기자회견에서 박근혜대통령께 올리는 호소문까지 보낸 상황에서의 만남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탈북자단체장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오른 이날 간담회장은 대치상태의 남북군사대표단 회담분위기를 방불케 하였습니다. 회의 내용 역시 처음부터 무겁게 진행되었습니다. 재단 이사장의 첫 인사말은 꼭 붙는 불에 기름 붙는 격이였습니다.
인사말에 나선 재단이사장은 참석한 탈북자단체장들의 공분을 싸기에 충분한 언사로 인사말을 마쳤습니다. 5분정도 진행한 인사말에서 시종일관 그 무슨 “원칙”과 “바로 잡겠다”, 그리고 말미에 감사원에 2번에 걸쳐 자신스스로 재단 감사를 요청한바 처음 요청에 감사원에서도 “작년에 감사를 하였는데 왜 또 감사를 받나?”였다고 합니다.
재차 요청은 저희가 위에서 언급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호소한 박대통령께 올리는 신문고 편지를 첨부하였다고 합니다. 이날 아침에 감사원에 재단 감사를 재차 요구하였다고 또박또박 밝히는 재단이사장의 모습은 흡사 격전장에서 말 타고 칼 뽑아든 적장이 적진의 모습에 뛰어드는 단호한 모습을 방불케 하였습니다.
2시부터 시작한 간담회는 팽팽한 긴장감의 분위기속에 시간이 흘러 토론자들이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 열띤 토론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단체대표들의 격앙된 토론에 상관없이 회의 중에 여러 직원들을 불러 귀속 말로 무엇을 지시주고 가져오는 자료 받고. 자료책장을 넘기면서 검토하는 재단 이사장의 모습은 토론자의 절규를 들어주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러한 신임이사장의 불손한 태도를 보다 못해 정숙을 지적하자 곧바로 분노 담긴 눈으로 지적자를 한참이나 쏘아보는 그 눈빛 또한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아마 이런 모습이 눈도장 찍혀 상대당과 논쟁하는 거대당의 대변인 지위에 오르는데 한몫 했지 않나? 생각 들게 하는 눈빛이었습니다.
신임 이사장 언행의 결정적 화이라이트는 회의 마무리 언행이였습니다. 이날 회의 장소에는 탈북자단체장 30여명, 재단임직원 20여명 연합뉴스기자 등 60여명 정도가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단체장들과 재단 이사장 테이블과의 거리는 불과 3m정도로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직4각형태의 전형적인 회의테이블 모양이였습니다.
조금만 박력 있게 말하면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을 마이크 없이도 누구나 다 들을 수 있는 공간에 회의 마무리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난 재단이사장은 마이크를 잡더니 갑자기 4각테이블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습니다. 순간 참석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저자신도 순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쌀쌀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잡고 4각테이블 한가운데로 걸어 나온 이사장은 선 자세로 빙빙 돌아가며 단체장들을 보면서 하고 이야기 하겠다는것이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순간 재단이사장의 예상치 못한 이런 돌발적인 행태를 보면서 ‘이 사람 정신 나간나 ?!’ 하는 생각이 피뜩 스쳤습니다.
이미 앉아 있는 테이블 상태로 그냥 회의를 진행해도 아무 문제없는 공간이고 지금까지 쭉 회의가 잘 진행돼 왔기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이사장님! 지금 이게 무슨 태도입니까? 그냥 앉으셨던 자리에서 마이크 잡고 말씀하셔도 다 들을 수 있는데 단체장테이블 앞을 돌면서 이야기 하겠다는 것은 무슨 태도입니까?”하고 예의에 따른 행동하기를 주문하였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건 미국에서 일상화돼 있는 방식입니다”라고 재단이사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은 제가 재차 “요즘 연인문제로 구설에 오른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동거녀와 헤어지고 새 연인을 맞았다는 보도를 듣는데 그런 프랑스 문화를 한국 사람들이 이해합니까? 한국문화와 북한문화도 많이 이질화되었는데 회의도중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라고 거듭 말씀드렸습니다.
뒤따라 여러 탈북자단체장들도 가세해 고성을 지르며 예의를 갖출 것을 겨우 설득해 제자리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제자리로 돌아간 재단 이사장의 분노는 극에 달한 듯 보였습니다. 뒤이어 재단측이 현재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상호를 많은 탈북자들과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기에 “남북재단”으로 바꾸려한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이에 탈북자들과 토론도 없이 재단명칭을 바꾸려 하는 또 다른 예산낭비의 시작이라고 탈북단체장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격분을 못 이긴 재단 이사장은 즉흥적으로 고함소리 가까운 억센 톤으로 직원들에게 “도시락을 준비하세요. 오늘 끝장 토론을 하자.”고 즉석 도시락 주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회의를 지속하기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재연되고 또한 시간도 많이 흘러 퇴근시간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특히 재단의 문제점은 이날 저녁 도시락을 먹으면서 끝장 토론을 한다고 해서 해결 될 일도 아니며 더욱이는 험악한 분위기에서 계속 회의를 진행한다면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제가 주최 측에 강력히 권고해 이날 회의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정말이지 이날 재단이사장이 “미국식으로 회의를 하겠다”고 끝까지 고집하고, 미국문화를 알리 없는 분노한 탈북자단체장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북한식으로 회의를 하자” 요구했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했겠습니까? 참으로 일촉측발의 아슬아슬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재단 사무총장님이 늦은 시간까지 열린 마음으로 분노한 단체장들과 마음의 소통을 한 덕에 재단의 미래는 있다고 보아집니다. 최근 박근혜대통령은 일부 장관들이 문제처리과정에서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던 중 끝내는 구설수에 오른 해양수산부 윤진숙장관을 단호히 경질하였습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이사장이 깊이 없이 이날처럼 회의에 참가한 탈북단체장들에게 가슴 깊은 추억의 상처를 주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이런 사실을 언론을 통해 청와대와 대통령, 국민에게 알려야 될 의무와 역할도 탈북단체장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 무당 사람 잡는다!”는 고사숙어, 지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이날의 재단 간담회였음을 알려드리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긴 글 감사합니다.
2014년 2월 10일
북한이탈주민정책참여연대 대표회장 한 창 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