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MDL)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이 23일 0시를 기점으로 중단됐다.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은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재개된 이후 약 2년3개월 만이다.
국방부는 23일 "'2018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오늘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남북 간 상호 비방과 선전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결정은 북한이 지난 21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과 북부 핵시험장 폐기 등을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일종의 화답 형식으로 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의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는 관계가 없어 정부의 결심만으로 언제든 중단이 가능한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조치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그동안 전방에서 군 복무를 한 탈북민들도 방송 내용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있을 만큼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두고 북한이 가장 꺼려하는 '비대칭 전력'이라고 부를 정도다.
남북이 대북확성기 중단을 처음 논의한 것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남 비방방송 중단 사실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남측도 다음날 동일한 조치를 취하면서 처음으로 쌍방 간 중단된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쓴 회고록 '피스메이커'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6월15일 김 전 대통령과의 오찬연회에서 "인민군 총사령관으로서 오늘 12시부로 전방에서 대남 비방방송을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남북은 양측 정상간 합의에 따라 '상호 비방방송'은 중지했으나, 체제 선전 방송은 계속했다.
이후 본격적인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은 2004년에 와서야 실현된다. 정부는 2004년 노무현 정권 당시 6·15남북 공동선언 후속조치로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6월15일 자정을 기해 방송을 중단하면서 선전 방송 시설을 제거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나면서 대북확성기가 다시 설치됐고, 이후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발발하면서 11년여 만에 재개된다. 당시 북한은 남측이 지뢰 도발에 대응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대북확성기 방송은 선전포고"라며 반발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후 같은 해 남북은 고조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를 위해 8·25 합의를 하고 방송을 잠시 중단했으나,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함으로서 방송이 재개돼 지금까지 왔다. 8·25 합의 당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 임한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대북확성기 중단이었다. 5·24 조치 해제 문제도 꺼내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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