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가 올해 들어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북한의 전승절)에도 중국의 6·25 참전과 관련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중국은 6·25전쟁 당시 연인원 60∼70만 명의 '중국인민지원군'을 파병했으며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중공군 전사자만 18만 명이 훨씬 넘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에 북한은 해마다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열리는 중앙보고대회에서 중공군의 참전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으며 북한 매체들도 '북중 혈맹'을 강조하는 기사들을 잇달아 쏟아내곤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첫해인 2012년 '전승절' 59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도 보고자로 나선 최룡해 당시 군 총정치국장은 "중국인민의 아들딸들은 조선전선에 달려나와 우리와 생사고락을 같이했다"라며 "우리는 이에 대하여 언제나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60주년이던 작년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에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과 중공군 참전 노병들이 방북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참배하는 등 북중 혈맹이 과시됐다.
한마디로 김일성·김정일 체제 전 기간은 물론 작년까지만 해도 정전협정 체결일에 즈음해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을 요란스레 기념하며 양국간 혈맹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의 오랜 전통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북한은 중공군의 참전 사실 자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6일 4·25문화회관에서 '전승절' 61주년 중앙보고대회가 열렸지만, 보고자로 나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에게서 '중국'이란 단어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북중 우호조약 체결 기념일인 지난 11일에도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은 매년 이날을 맞아 북한 간부들을 초청하는 연회를 마련했지만, 올해는 중국대사관 연회와 관련한 보도가 없었다.
오히려 북한은 최근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21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중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언론 성명 발표에 동참했다고 중국을 '줏대없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달 초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방문한 데 대해 "박근혜를 껴안아보려고 부질없이 왼심을 쓰고(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중 관계 악화는 시진핑 체제 출범과 맞물린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가 원인이 됐고 이후 장성택 처형이 냉각관계를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장기간의 불편한 관계가 양측 모두에게 손실임을 잘 알고 있다"라며 "북중 수교 65주년 기념일인 올해 10월 6일이 냉각관계가 지속하느냐, 고위급 교류국면이 재개되느냐 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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