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2일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기로 확정하면서, 국정화 작업의 공식적인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에 따른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국사 교과서가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특정 이념이 편향된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이유에서다.
국정 국사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중국, 인도를 포함해 총 12개국이다. 단일 교과서로 역사를 접하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북한'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실제로 북한 교과서는 정권에 입맛에 따라 철저히 조작된다. 2014년 탈북한 이철민 씨는 "남한에 와서 이성계를 조선 건국의 위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놀랐다. 북한에서 이성계는 단연코 '역적'이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의 말처럼, 북한 사학계는 최영을 '애국명장', 이성계를 '매국 배족의 역적'이라고 말한다. 같은 시간을 지난 과거의 역사를 배우면서도 남과 북의 평가가 이토록 다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이성계를 역적으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북한의 '조선대백과사전'의 일부다.
"자기의 지위가 높아지자 고려정권을 빼앗을 음흉한 계책실현의 유리한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이성계는 1388년 4월 요동원정의 기회를 타서 고려의 정권을 가로챘다. 위화도회군은 음흉한 정권탈취야망에서 출발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엄중한 매국배족 행위였다"
"전국 도통사 최영이 총지휘한 요동공격은 원정군의 부사령관격으로 있던 우군 도통사 이성계의 배신적인 행위로 실패했다. 이성계는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려 세워 개경으로 쳐들어와 정권을 잡고, 최영을 충주로 유배 보냈다가 살해했다"
이철민 씨는 "북한에서는 이성계에 대해 '정권을 탈취한 자'로 평가한다. 이유가 무엇이겠나. 북한이 이성계를 위인으로 표현한다면, 결국 북한 정권에도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이성계같은 사람이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성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북한 정권의 속마음이다"라고 말했다
2011년 탈북한 김홍식 씨는 "이성계는 고려 말기 혼란스러운 틈을 타 새로운 사회 건설을 표방하고 조선을 건국했다. 물론 남한 역사 교과서에서 그렇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그런 평가는 가르쳐서도, 가르칠 수도 없는 내용이다. 만약 위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북한 학생들에게 주입됐다면, 지금쯤 무슨 일이 났어도 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씨는 "북한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가르치고 세뇌하다보니,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대개 비판적 사고는 10대에서 20대 초까지 형성되지 않나. 북한에서 10대부터 역사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것이 이 같은 이유다. 국가 전복을 시도하거나 실제로 행동에 옮겼던 사람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또 부정적으로 지적하다보면 몸으로 체득된다. 그런 생각을 주입시킨 것이 그나마 아직까지 북한을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탈북민 박석길 씨는 "드라마 '정도전'부터 최근 '육룡이 나르샤'까지 이성계가 나오면서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북한에서 이성계를 두고 하도 '배신자'라고 해서, 그 이미지가 아직까지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큰 이질감을 느꼈던 순간이었다"고 말햇다.
더불어 박 씨는 "북한이 조작한 사람이 이성계 단 한 사람이겠나. 앞으로 역사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남과 북의 역사관을 비교하면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사실과 기록이 있다. 어느 관점이든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고 조작된 사관을 갖는 것은 분명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역사학자 카(Carr)는 역사를 두고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북한은 스스로의 대화에서도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