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를 위해 전세계 곳곳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고강도의 노동과 열악한 환경, 그리고 북한 당국의 무관심 속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새해 첫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건설노동을 하던 북한 해외노동자 한 명이 온 몸에 인화성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뒤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했다.
당시 러시아 경찰은 숨진 북한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의 강도 높은 노동과 경제적인 문제를 비관해 자살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일하던 북한 해외 건설 노동자 10여명이 현지 풍토병인 황열병에 걸려 숨지는 일도 있었다.
최근 들어서도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 피오네르스키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던 북한인 석공(46세)이 8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사했으며, 19일에는 상트페테르부르그 서쪽에 위치한 파르골로브 지역 건설현장에서 또 다른 북한 근로자(33세)가 기계 설치작업을 하다가 2층 높이에서 추락, 그 자리에서 숨져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렇게 해외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북한 해외노동자 수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112명. 한달에 평균 7명이 숨진 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북한전문가는 이같은 북한 해외노동자 사망자 수는 현지 언론보도와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 확인된 사례를 취합해 집계한 수치라며, 러시아가 61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가 46명이라고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다.
주요 사망원인으로는 뇌출혈과 심장마비 등 질병이 가장 많았고 추락사 등 안전사고와 풍토병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전문가는 건설현장보다 사고위험이 더 높은 해외 원양어선 송출선원 등 파악이 힘들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거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해외노동자 수를 5만명이라고 했을 때 2015년 기준 1만명당 사망률은 16명으로,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자 사망관련 자료(2013년)와 비교하면 영국의 320배, 미국의 53배, 중국과 러시아의 16배,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 보다도 8배나 높은 수치라고 전문가는 강조했다.
이같이 북한해외노동자 사망자수가 많은 것은 냉난방 시설도 제대로 안 돼 있는 열악한 환경과 불충분한 영양공급 상황 속에서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북한노동자들이 작업중 부상을 당하거나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북한 해외노동자 사망자 수는 32명으로, 올 한해동안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지난 한해 동안의 사망자수인 80명보다 많은 100여명이 될 것으로 전문가는 추산했다.
북한노동당 제7차 당대회와 70일 전투 등 여러가지 명목으로 상납금 독촉이 심해지면서 해외 사업장들의 자금 상납 압박이 가중되자 간부들이 임금착취를 위해 근로시간 연장과 무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도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간부들이 사망자 가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북한 해외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노동자를 고용한 외국업체가 위로금으로 적게는 5천달러에서 많게는 수만달러를 지급하는데 간부들은 보상금 액수를 모르는 유가족들에게는 10분의 1 또는 20분의 1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사업장의 사장과 당비서, 그리고 보위원 등이 나눠 갖는다는 것이다.
중동지역 해외노동자 출신 탈북자는 “북한 당국이 중동 북한 건설사에 ‘사망자 부조금 지급 문제 등으로 뒷말이 나오지 않게 잘 처리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문가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