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값이 싼 양말과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몇 시간을 걷다보면 발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발에서 나는 땀 때문인데, 그런 습관들이 계속되면 '무좀'에 걸린다. 일례로 군인들에게 가장 흔한 질병이 무좀이다. 군화와 군 양말의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값 싼 운동화를 신는다. 종류와 모양은 선택할 수 있지만, 중국산이다보니 좋은 재질을 기대할 수 없다. 양말도 마찬가지다. 땀을 흡수하지 못하고, 장시간 걸을 경우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 북한 양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북한 주민의 대다수는 무좀균을 가지고 있다. 다만 개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증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2014년 탈북한 최호진 씨는 "북한에는 세탁기가 없어서 남한처럼 매일 같이 양말을 세탁 할 수 없다. 때문에 무좀균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북한에는 '무좀 없으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떠들 정도다. 그만큼 환경이 좋지 않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 고려의학의 문헌을 찾아보면 무려 40가지가 넘는 무좀 치료 민간 요법이 들어있다. 맥주, 닭걀기름, 귤껍질, 들깨 등이 무좀 치료에 쓰인다. 맥주의 경우 실제 치료에는 효과가 없지만 맥주 안에 들어가는 보리는 피부 진무름을 진정할 수 있다.
최 씨는 "북한 내 무좀 치료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은 닭걀기름이다. 달걀기름 속에 포함된 타우린은 소염, 진통, 해독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무좀 상처에 바르면 덧나지 않고 빨리 낫는다고 알려져 있다. 달걀기름은 하루 2~3번 바르고, 황경피 가루를 섞어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다"고 말했다.
2013년 탈북한 이영미 씨는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부터 무좀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멀리 걷는 일이 잦아졌고, 하루종일 앉아서 장사를 하기 때문에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마당에 보면 신발을 벗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더워서라기보다 무좀에 걸려 발이 간지럽기 때문이다. 그나마 옷이나 가전제품을 다루는 사람들은 괜찮은데, 음식이나 과일을 파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있으면 아무래도 사는 사람이 불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무좀이 더 심한 편이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북한 주민은 무좀으로 고생 중이다. 병원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부분 민간요법에 의지한다. 하지만 민간요법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할 수 없다. 무좀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으면 쉽게 전염된다. 북한의 무좀은 만성병이자 전염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