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수는 3만 명이 넘는다. 탈북민이 늘어날수록 북한에는 탈북민 가족이 증가한다. 김정은은 집권 초창기 탈북민 가족들을 색출하여 처벌하고 추방 보냄으로써 주민들의 탈북시도를 막으려고 꾀했다.
한동안 주춤거리던 탈북자 행렬은 2015년부터 급속히 성장하면서 올해는 1천 명이 넘는 탈북민이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무사히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북한 내부 통신에 따르면 현재 북한 정권은 탈북자 가족 대부분을 추방하지 않고 그들이 움직임을 감시하는 데 총력을 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탈북자 가족을 추방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권은 북한에 남은 가족이 추방되면 그 소식이 남한으로 전달되어 TV나 방송, 지어는 유엔총회에서 폭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탈북자 가족임을 알면서도 보위부에 조용히 불러 남한에 있는 가족을 잘 설득하여 북한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한다. 또한, 남한에 사는 가족이 보낸 사람이 오면 보위부나 보안서에 신고하라고 지시한다. 만약 이 모든 것을 어기고 속이는 경우 교화소나 산골로 추방 보낸다고 위협한다.
통신은 "탈북자 가족들은 대부분 국경 주변이나 시내 중심에서 산다. 남한에서 보내 준 송금 덕에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 감시와 제보 때문에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족이 보내 준 돈을 쓰면서도 늘 죄지은 사람처럼 살아간다."고 전했다.
"요즘 탈북자 가족들은 국경지역이나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시내 변두리로 이사 가는 추세다. 농촌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넓은 텃밭도 가꾸고 축산을 하면서 여유 있게 산다. 도시 중심에서 벗어나면 자연스레 많은 사람이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동네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과 한동안 어울릴 수 있다. 그들이 하는 가축과 텃밭 농사는 자신들의 경제 상황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위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와 떨어진 곳에 살면 담당 보위원이나 보안원이 매일 찾아오기 힘들다. 인가가 밀집되지 않은 데다 도로가 좋지 않아 단속원이 수시로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탈북자 가족들은 자식이 보내 준 돈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눈치만 볼 바엔 차라리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용히 여유 있게 사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남한정착 7월차 온성 출신 박 씨는 "우리 가족은 3년 전 한국에 간 언니 때문에 늘 감시 속에 살았다. 주민이 밀집된 구역에서 살다 보니 우리 집 대문 소리만 나도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다. 그러다 보니 언제 누가 보위원에서 알려주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탈북 전 남겨진 부모님 걱정에 농촌에 사는 고모 집으로 이사시켰다. 한 달 전 부모님과 통화했는데 농촌에 사니 오히려 마음 편하고 감시도 덜 받아 좋다고 하셨다."고 증언했다.
"정권의 단속에서 벗어나려면 도시와 국경에서 멀어지는 것이 상책이다. 도시 변두리나 농촌에 살아도 정권의 단속과 감시는 존재한다. 하지만 복잡한 지역에서 받는 감시에 비해 훨씬 약하다. 집 가격이 싼 지역에 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생활형편 때문에 도시 집을 팔고 이곳으로 왔다고 하면 그럴듯한 구실이 된다. 북한은 사는 지역에 따라 감시도 늦추어지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