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최신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지피유)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피유 5만장 확보’ 대선 공약을 비판했던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달 31일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기업과 대규모 협력 방안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듣고 떠오른 사람이 있다”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 의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위해 지피유 5만장을 확보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나 의원은 지난 4월15일 국회에서 연 대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에이아이 공약을 비판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지피유 5만장 확보’ 대목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의 ‘친중·반미’ 성향 탓에 공약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었다.
나 의원은 “최첨단 에이아이 반도체는 미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 하에 있는 전략 무기”라며 “동맹과의 굳건한 신뢰, 기술 동맹 파트너로서의 비전 없이는 확보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외교 노선에 대한 우려 속에서 이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며 “반미·친중하던 이재명 후보가 미국 기업과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 의원의 이런 예견은 6개월 뒤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최고경영자 서밋 참석을 계기로 자사의 인공지능칩 26만장을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에스케이(SK)·현대차·네이버 등 민간 기업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는 엔비디아의 지피유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병렬 연산에 특화돼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추론 등에 필수적이다. 돈을 내도 제때 살 수 없는 공급 부족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26만장을 ‘입도선매’하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과 피지컬 인공지능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 의원과 함께 당시 이 대통령의 에이아이 공약을 비판했던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의 발언도 함께 회자되고 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4월19일 국민의힘 1차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이재명의 에이아이 공약은 빈 깡통으로 찢는 게 맞다”며 이 대통령 공약이 적힌 종이를 찢기도 했다. 당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민주당의 거짓말 공약, 거짓말은 찢어버리는 것이 답”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3일 페이스북 글에서 나 의원 등의 발언을 언급하며 “6개월 전 거짓말이라고 욕하시던 이분들 이제는 뭐라고 할지 궁금한데, 다 어디 가셨나요”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