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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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


2021년 새해 벽두부터 걱정과 분노가 들끓습니다. 구치소에서 천명이 넘는 코로나 환자가 집단발병하고 두 살도 안 된 아기가 학대로 죽습니다. 모두 원칙과 상식을 지켰더라면 
막을 수 있는 인재입니다.

대한민국 헌법1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입법, 사법, 행정은 물론 권력의 4부라고 하는 언론까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입니다.

2016년부터 삼년 동안 북유럽과 독일정치에 푹 빠져 5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남의 나라 이야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21년 새해를 맞아 몇 차례 나눠 소개하고자 합니다.

-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누군지 물어보면 대답이 한결같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그에게 사인 받은 책을 보여주며 눈물까지 흘립니다. 1946년부터 23년간 총리를 
지낸 타게 엘란데르. 재임 중 11번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고, 마지막 선거에서는 스웨덴 선거 사상 처음으로 과반을 넘는 득표율로 재집권한 후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떠납니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깁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20여 년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도록 스웨덴 국민들이 신뢰를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1 대화와 타협

타게 엘란데르는 청년시절 급진주의 활동을 한 좌파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총리로 선출되었을 때 왕과 국민들은 많은 걱정을 했고 특히 노사분규로 힘들어 하던 경영자들의 
거부감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취임 후 그의 행보는 전혀 달랐습니다. 야당인사를 내각에 참여시키고 경영자에게 손을 내밀어 대화를 한 후 노조대표와 함께 3자회의로 
노사문제를 해결합니다. 대화정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목요회의입니다. 매주 목요일 스톡홀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총리별장에 정·재계, 노조 인사를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눕니다. 국회의원, 지방의원, 경총, 노총 대표 등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목요회의가 성공한 것은 보여주기식 대화가 아닌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 복지제도도 대화정치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2 검소한 삶

스톡홀름 남쪽 린셰핑 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그곳에 타게 엘란데르의 아들부부가 삽니다. 아들은 대학총장을 역임한 후 아버지가 살아온 길을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부부가 들려주는 부모님의 이야기는 동화속의 이야기처럼  감동의 연속입니다.

엘란데르는 최고 권력자이지만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총리시절에도 이십 년이 넘은 외투를 입고 신발도 구두밑창을 갈아가며 오래도록 신었습니다. 검소함은 부인도 똑같습니다. 
집권 23년 동안 국회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던 옷은 단 한 벌 아들부부는 부모님이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 하셨다며 검소함은 두 분의 삶의 전부라고
 자랑스러워합니다.

3 특권 없는 삶

“부모님은 총리시절에도 관저 대신 임대주택에서 월세를 내고 살았습니다. 출퇴근도 관용차 대신 어머니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이용했습니다.”

임대주택은 자신의 재임시절 서민을 위해 지은 아파트입니다. 그는 특권을 버리고 국민의 삶속으로 들어와 친구처럼, 다정한 이웃처럼 지냈습니다. 1968년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랍니다. 타게 엘란데르가 총리를 그만둔 후 거처할 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당원들이 급히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합니다. 스톡홀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봄메쉬빅, 한적한 시골마을입니다. 부부는 마을 호수가 옆 작은 주택에서 16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총리시절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지자보다 반대편에 섰던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진심이 통한 겁니다.

4 정직한 삶

아들부부가 또다른 일화를 소개합니다. 어머니 아이나 안데르손 이야깁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총리시절에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엘란데르가 퇴임한 후 어느 날, 부인이 정부부처 장관을 찾아갑니다. 그녀의 손에는 한 뭉치의 볼펜자루가 들려 있었습니다. 장관이 반갑게 인사하며 방문 이유를 묻자 볼펜자루를 
건냅니다. 볼펜에는 ‘정부부처’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남편이 총리시절 쓰던 볼펜인데 총리를 그만두었으니 이제는 정부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이야기를 들려주던 노부부가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부모님의 삶은 겸손, 그 자체입니다. 당신을 이해합니다. 당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당신을 위해 돕기를 원합니다. 이런 부모님과 함께했다는 것이 너무나 감동스럽습니다.”

타게 엘란데르는 떠났지만 23년동안 국민을 위한 그의 헌신은 스웨덴 정치의 교과서로 자리잡았고 세계 최고의 행복한 나라로 만든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타게 엘란데르의 삶과 아프리카에서 헌신하고 떠난 이태석 신부님의 삶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경청, 겸손, 공감, 봉사의 삶. 
이것이  원칙과 상식의 사회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 두 번째 이야기는  덴마크 앙케르 예르겐센 총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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