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恒産)과 항심(恒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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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산(恒産)과 항심(恒心)


  최근 우리나라의 위상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응을 모범적으로 한 덕분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긴급한 사태에도 사재기가 없었고,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전하고 있을 때 우리는 방역 규칙에 따라 선거도 시행하여 외국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이제는 G7에 초청될 정도로 국력이 높아져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못지않게 시민의식이 성숙하였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놀라는 것 한 가지는 택배다. 아무도 없는 문 앞에 택배 상자를 놓고 가도 아무도 그것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경비원이 있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반주택에서도 대문 곁에 배달한 물건을 그냥 놓고 가도 아무도 집어가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므로 그렇게 신기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놓고 어딜 다녀와도 그것을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을 알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칭찬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생겼다.

 

  필자는 작년에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열흘 만에 찾은 적이 있다. 매일 S역에서 9호선을 타고 Y역에 와서 5호선을 갈아타야 M동의 연구실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9호선 개찰을 마치고 5호선 개찰을 하려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더니, 그 지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매우 당황하여 이곳저곳을 다 뒤져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지갑 속에는 신용카드, 주민등록증, 도서관카드, 어르신교통카드 등이 적지 않은 현금과 함께 들어 있었다. 우선 S역사에 가서 습득물이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없다는 것이다. 역에 설치된 CCTV에 필자가 개찰한 시간대에 맞추어 영상을 돌려 보았으나, 지갑을 떨어트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신용카드 분실신고부터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동회에 가서 임시로 사용 가능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Y동 파출소에 분실신고를 했더니, 경찰차가 집 앞까지 와서 파출소 민원실로 데려다주었다. 신고를 끝내고 Y역까지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그런데 거기까지 차를 태워주었다. 어렸을 때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정말 실감이 났다.

 

  열흘 뒤 Y경찰서에서 지갑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신용카드는 새로 만들었으니 그 속에 들어 있는 많은 현금은 없어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민원계 주임이 내미는 지갑을 받았다. 현금은 물론 다른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어떻게 지갑이 이곳까지 왔는지 물었더니 어떤 사람이 우체통에 넣은 것을 신고한 것에 따라 알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집 앞의 택배에도 손을 대지 않고, 적지 않은 현금이 든 지갑도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려주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의식 측면에서도 이미 성숙하게 되었다. 가난한 시절에 지갑을 잃어버리면 찾기란 불가능했을 것이고, 또 그 시절에는 남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치는 쓰리꾼도 있었다. 맹자는 말했다. "일반 백성은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 항산이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산을 말하며, 항심이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도덕심을 말한다. "항산이 없더라도 항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선비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결과로 소득 4만 달러의 국가가 되었다. 항산이 넉넉한 나라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에 못지않게 교육열도 높아서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만큼 각 분야에 선비[士]가 많아진 것이며, 이에 따라 항심[도덕의식]도 높아진 것이다. 과거의 선비란 국가에서 벼슬하거나 이를 준비하는 생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대의 선비란 농, 공, 상 및 의료, 인문 등의 각 분야에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교육의 힘에 의하여 항산과 항심이 높은 국가가 되었기에 외국인들이 우리의 시민의식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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