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들이 억울한 수형 생활을 마치고 뒤늦게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위 간첩 조작 전문변호사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의 판결문을 읽어보자마자 단번에 단순 탈북자를 간첩으로 조작한 것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탈북자 간첩 조작의 진상을 규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북 악마화와 북맹을 조장하는 국가보안법의 지배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 민중은 국가정보원과 안보경찰 등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날조하고 있는 탈북자 간첩조작을 진실로 믿기 쉽다. 국가보안법의 축적된 세뇌 효과에 기인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피해자 유우성, 유가려 남매) 및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 조작 사건(피해자 홍강철씨)의 국가보안법 무죄 확정판결을 계기로 수많은 탈북자 간첩 조작사건의 진상규명에 유리한 환경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안이한 판단이었다.
재심 무죄를 위해 큰 기대를 갖고 찾아온 탈북자 간첩 조작의 피해자들에게는 신속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의 길은 갈수록 요원한 일이 되고 말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자고 희망을 설파하고 있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쳐버린 피해자 중에는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보안관찰법에 의한 탄압을 이유로 정치적 망명을 선택한 분도 있다.
재심 무죄를 위한 유리한 국면이 열리기는커녕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국가정보원과 안보경찰이 합작하여 조작한 가짜 탈북자 간첩 사건이 생기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왜냐면, 북중 국경에서 북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는 범죄(밀무역, 인신매매, 대북송금, 비법도강, 비법통화 등)를 저지른 상습 범죄자를 보위부 비밀공작원으로 조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에서 비법월경이나 비법통화 등 탈북브로커에 종사한 범죄경력자를 북의 경찰이 그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정보원으로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 북에서 단속 경찰에게 범죄정보를 제공하는 범죄자 정보원은 ‘보위부 스파이’, ‘보위부 눈깔’로 불린다. 한국에서 조직폭력, 마약 범죄자 등을 단속하기 위해 범죄 전과자들의 편의를 봐주며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망원’으로 관리하는 것과 같다.
사진 출처 - <뉴스타파> 애니매이션 시사 다큐멘터리 ‘자백 이야기’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 조작사건(피해자 홍강철씨)에서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조사관의 증언이 위와 같은 사실을 확인해 준다.
“우리 한국에서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그렇게 정보원을 하다가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탈북자 조사를 하다 보면 정보원을 하다가 왔다는 사람이 진짜 많습니다. 많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크게 중하게 생각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 조작사건(피해자 홍강철씨)을 계기로 그동안 수많은 간첩을 조작해왔던 상투적 수법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보위부 스파이’, ‘보위부 눈깔’을 보위부 비밀공작원으로 조작한 사건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어느 탈북자 간첩 조작사건의 재판장과 피고인의 대화가 웃프다.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문 : 북에서 생계를 어떻게 유지했나요.
답 : 탈북브로커 일을 하면서 탈북하겠다는 사람들을 탈북도 시켜주고 돈 송금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생활했습니다.
문 : 피고인이 보위부로부터 그 당시 부여받은 임무가 국경에서 탈북브로커 일을 하는 사람들을 파악해서 보고하는 임무인데, 오히려 피고인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인가요.
답 : 예, 했습니다.”
피고인은 유죄판결을 받고 수형 생활을 마쳤다. 현재 재심 준비 중이다. 재판장과 피고인 사이의 우픈 대화는 어느 법정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악마와 같은 탈북자 간첩 조작의 메커니즘은 굳건하다. 대명천지에 문명국가에서 존재할 수 없는 가짜 탈북자 간첩이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문에 나온다.
“고난의 행군 이후 재정이 부족해 공작원에게 지원할 공작금이 없어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을 중국에 파견해 성매매, 음란 채팅, 유흥업소에 종사시키거나 인신매매로 중국의 농촌에 팔아 공작금을 마련하여 활동케 하였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을 통해 중국에서 위조달러와 마약을 유통시키며 외화벌이를 하였고, 중국에서 한국인들과 탈북자들을 납치하여 북송하였다”
“국정원 등의 합동신문을 통과할 목적으로 뇌의 기억을 마비시키는 거짓말 탐지기 회피용 밴드 붙임 약물을 개발하여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을 남파시켜 탈북자 합동신문센터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 통과 후 한국사회에 정착하여 간첩 활동을 하려고 했다”
한국 민중은 위와 같은 판결문의 뒷배가 되는 파쇼악법 국가보안법의 살기등등한 폭압과 위세에 짓눌려 탈북자 간첩 조작사건의 허위자백을 검증할 의지도, 능력도 상실한 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탈북자 위장 간첩을 파견하는 기괴하고 악마화된 북을 인식하도록 한국 민중은 수시로 강요, 세뇌당하고 있다. 한국 민중은 탈북자 간첩 조작사건의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문 보도내용을 진실로 믿어버리며 동족에 대한 공포와 불신감을 키우며 동족을 혐오하고 증오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한국 민중이 국가보안법의 지배력 앞에 저항하지 못하고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탈북자 간첩 조작의 진상규명은커녕 가짜 탈북자 간첩은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한국 민중이 국가보안법 노예의 사슬을 끊고 국가보안법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역량을 갖추어 나갈 때 비로소 국가정보원과 안보경찰 등이 날조하는 상식과 이성이 통하지 않는 탈북자 간첩 조작은 근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