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아오(港珠澳)대교는 국가의 소중한 자원으로 세계적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관리 기술과 경험을 집대성했다. 다리 개통에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매진하자.”
지난 10월 23일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를 찾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강주아오대교 개통식에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실제로 이 해상다리는 다양한 기록을 갖고 있다. 주하이와 마카오, 홍콩 세 지역을 잇는 강주아오대교는 총 연장 55㎞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인천대교(21.4㎞)의 3배 가까이 된다.
강주아오대교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이는 후잉샹(胡應湘) 합화실업(合和實業) 회장. 그는 1983년 주강(珠江) 삼각주 하구와 홍콩을 잇는 다리를 놓아 제조·관광업을 발전시키자고 주장했다.
주강 삼각주는 중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들 중 하나다. 주강을 낀 광저우, 홍콩, 선전, 마카오 등을 연결한 삼각지대를 말한다. 후 회장이 내놓은 다리 건설 방안은 2003년 7월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 승인하면서 본격화했다.
총 연장 55㎞에 6차로인 이 다리는 교량 구간 22.9㎞, 해저터널 구간 6.7㎞, 해저터널 양쪽 인공섬, 출입경사무소 등으로 이뤄졌다. 양쪽 교량 구간과 가운데 해저터널이 두 개의 인공섬으로 이어져 있다.
해저터널을 만든 이유는 다리 일부 구간이 국제 무역항로인 링딩양 항로와 겹치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2017년 7월 완공했다. 총 공사비는 890억홍콩달러(약 13조원)로 알려져 있다.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렸던 구간은 해저터널이다. 시공이 어려운 ‘침매 공법’으로 만들어진데다 터널 위 무역항으로 30만톤급 대형 선박이 통과하는 것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침매공법은 지상 작업장에서 미리 제작한 터널 구조체를 물에 가라앉힌 뒤 물 속에서 연결해는 고난이도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거가대교 해저터널 구간에 침매공법을 썼다. 강주아오 대교 해저터널은 수심 40m 깊이로 터널 구조체 33개를 연결해서 만들었다. 내부에는 LED 조명을 설치해 조도를 높였다.
해저터널과 교량을 연결하는 인공섬을 만드는 데도 기발한 공법이 적용됐다. 공장에서 만든 지름 22m, 높이 40.5~50.5m, 무게 500~600톤 규모의 스틸 실린더(Steel Cylinder) 120개를 해저에 직접 꽂아 고정시킨 뒤, 그 사이를 모래로 메워 10만㎡ 규모 인공섬을 만들어낸 것. 지상 4층짜리 동(東)섬은 전망대와 전망로를 갖추고 교통·관광·관리 등을 담당하는 종합운영센터다. 지상 3층짜리 서(西)섬은 해저터널 감시·관리보수와 관련된 사무 기능만을 맡는다.
교량구간은 철강과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투입한 철강 무게는 42만5000톤이다. 에펠탑 6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모든 교면판을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으로 운반한 후, 파도가 잠잠한 틈을 타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교량 포장 도로 면적은 총 70만㎡다. 강주아오대교관리국 측이 잔석재 생산 업체를 직접 감독해서 도로 품질을 관리했다.
강주아오대교관리국은 교량이 16급 태풍(초속 56.1m)과 규모 8의 강진을 견디고, 120년 넘게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인공섬 가장자리에 설치한 콘크리트 블록 여러 조각이 떨어지자, 교량 전문가들이 안전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콘크리트 블록들은 인공섬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블록이 없으면 방파제가 무너지고 해저 터널이 분리되거나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은 “압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블록이 무작위로 가라앉도록 특수설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리와 관련해 윤리적 문제도 제기됐다. BBC 영국 공영방송에 따르면 강주아오 대교 공사에 참여한 노동자 중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는 ‘죽음의 다리’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공사는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대규모 교량 공사가 홍콩의 마스코트로 꼽혔던 핑크 돌고래의 멸종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런 저런 오명을 쓰긴 했지만, 강주아오대교 개통은 이 지역 경제에 막대한 효과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홍콩에서 주하이·마카오까지 가는 데 차로 3시간 30분~4시간, 배로 1시간 정도 걸렸는데, 교량 개통 이후 30분으로 줄었다.
교통비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강주아오대교 홍콩터미널에서 마카오터미널로 가는 버스 요금은 60홍콩달러(8600원)다. 기존에는 배삯으로 270홍콩달러(3만9000원) 정도를 내야 했다.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강주아오대교 개통 1개월 간 여객 수송량은 179만명. 하루 평균 6만4000명이 통행한 셈이다. 통행 차량은 버스가 97.6%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강주아오대교 건설 계기로 본토와 홍콩을 지리적·경제적으로 통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대교를 통해 발생할 경제 효과는 36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 당국은 “광둥·홍콩·마카오 등지의 경제권을 하나로 통합하는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 大湾区)’ 발전 계획에 강주아오대교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