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상온 보관해도 우유 안 썩는다"…70년째 '세계 1위' 차지한 기업의 비결[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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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상온 보관해도 우유 안 썩는다"…70년째 '세계 1위' 차지한 기업의 비결[기업연구소]

입력
수정2025.11.30. 오전 10:15
기사원문

(17)식품 포장 전문기업 스웨덴 테트라팩
1944년 특허 취득 후 끊임없는 연구
멸균 기술 개발로 장기 보관 가능해져
편집자주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와 4위(2020년)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편의점 음료 진열대를 보면 경쟁사 제품임에도 비슷한 모양을 한 팩 용기들이 줄지어 있다. 뒤집어보면 '테트라팩(TetraPak)'이란 로고가 공통으로 찍힌 것을 발견하게 된다. 70여년째 식음료 용기 제조 부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테트라팩이 만든 팩들이다. 테트라팩은 지난해 160여개국에서 1780억팩을 판매했다. 팩 평균 높이를 10㎝로 가정하고 쌓는다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인 38만4000㎞의 약 46배에 달하는 숫자다. 전 세계 누구라도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은 테트라팩이 만든 팩에 담긴 음료를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8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립자 루벤 라우싱은 1944년 삼각뿔 모양의 팩(테트라 클래식)을 구상했다. 당시 유럽에선 우유나 주스를 사면 유리병에 담아줬다. 유리병은 무거운 데다 깨뜨리기도 쉬웠다. 미국 유학 중 밀랍으로 코팅한 종이 용기에 우유를 담아 판매하는 것을 봤던 라우싱은 이를 떠올리며 새로운 삼각뿔 용기를 개발해냈다.

한 여성이 식료품 가게에서 테트라팩 용기로 포장된 음료를 고르고 있다. 테트라팩
한 여성이 식료품 가게에서 테트라팩 용기로 포장된 음료를 고르고 있다. 테트라팩


그의 아내도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끊김이 없이 연속으로 우유를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도움을 준 것이다. 내장에 고기를 채워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끊어내는 소시지 제작 방식처럼 기계 안에 종이를 넣으면 삼각뿔 형태로 모양이 접히는 동시에 우유가 안으로 들어가고, 중간중간 밀봉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착안해 라우싱은 우유를 채울 때 생기는 거품 공간이 없어지면서 산소 개입을 줄여 우유 부패를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장 기술로 특허를 획득했지만, 실제로 상용화까지는 7년이 걸렸다. 테트라팩은 1951년 설립됐다. 포장 기술을 자동화하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야 제조를 할 수 있었지만,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유학 경험으로 당시 라우싱은 유통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우싱은 내용물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견고하고 가벼운 포장재를 만들고 싶었고, 스웨덴 제지회사와 해외 소재 화학회사들과 논의 끝에 다층구조로 이루어진 팩을 만드는 기계를 개발해냈다.

라우싱의 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창립 10년 만인 1961년 현재 사용되고 있는 멸균팩 형태인 패키지를 최초로 개발했다. 멸균팩은 종이와 알루미늄, 폴리에틸렌 등이 여섯 겹으로 쌓여 있어 외부의 산소나 미생물, 빛, 습기 등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냉장고 없이도 상온에서 제품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멸균 기술(Aseptic System)도 함께 개발됐다. 음료를 1년 이상 무균 상태로 장기 보존할 수 있게 됐다.



"혁신이 자신들의 DNA"라고 소개하는 테트라팩은 총 50여가지에 달하는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진 팩들을 출시하며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센터 6개, 고객혁신센터 7개, 기술교육센터 8개 등을 갖췄다.

테트라팩 멸균팩은 실용과 과학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테트라팩 용기 중 하나는 고개를 뒤로 넘기고 음료를 마실 때 목 넘김을 좋게 하기 위해 전 세계인의 코 높이 등 신체 구조를 분석해 만들어졌다. 또 악력이 약한 노약자들, 환자들을 위해 손에 힘을 덜 들여도 쉽게 마개를 열 수 있는 팩도 개발했다. 담기는 음료의 특성에 따라 운동하다 쥐었을 때 가장 편한 모양을 한 팩도 있다. 외부로부터 철저히 차단 되지만 아동들을 위해 빨대를 꽂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테트라팩이 70년간 1등 자리를 유지한 비결 중 하나는 단순히 포장만 전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 전 단계를 책임지면서 안전성과 품질 유지하기 위해 고객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오은정 테트라팩 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종이팩이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내용물이 채워지는 단계까지를 포함한 '엔드투엔드(end to end)'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전체 과정을 생각한 패키징을 통해 테트라팩이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인식이 업계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구 테트라팩 코리아 본사 입구에는 초기 테트라팩 용기부터 최근 제품까지가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이현주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구 테트라팩 코리아 본사 입구에는 초기 테트라팩 용기부터 최근 제품까지가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이현주 기자


"좋은 포장은 포장비용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라우싱 창립자의 말처럼 테트라팩은 포장의 재생 가능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2300만유로를 투자해 멸균종이팩 수거 및 재활용 인프라를 만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시설을 170개 이상 확보했다. 최근엔 인공지능(AI)를 도입해 공장 전반의 설비와 시스템을 연결해 데이터 통합 관리와 운영 현황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업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운영이 더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오 부사장은 "창립가의 혁신적인 철학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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