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공론화’ 지혜복이 이겼다, 옵티칼 해고노동자들은 다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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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공론화’ 지혜복이 이겼다, 옵티칼 해고노동자들은 다시 일어선다
2026.07.31. 오후 12:41기사원문

[정보라의 월간데모]
지혜복 교사, 해고무효 판결로 승소
폭염 속 법원 앞 기자회견 인산인해
승리의 기운, 다른 투쟁에도 이어지길
한국옵티칼 부당해고, 항소심 패소
일본 본사 지배 증거 불인정...노조, 투쟁 결의
정치인 약속 공수표, 믿을 건 동지뿐
모두 현장 복귀할 때까지 함께 투쟁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해임 무효 판결을 받은 지혜복 교사가 이날 선고 직후 열린 선고결과에 대한 A학교 공대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해임 무효 판결을 받은 지혜복 교사가 이날 선고 직후 열린 선고결과에 대한 A학교 공대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혜복 선생님이 이겼다. 2023년 학교 내 성폭력 문제를 교육청에 제보했다가 지혜복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쫓겨났다. 부당한 전보 발령에 항의하자 교육청은 지혜복 선생님을 해고했다. 전보 발령이 부당했음을 법원의 판결이 증명했고, 이어서 2026년 7월 24일 서울행정법원이 지혜복 선생님의 손을 들어 해고를 무효로 판결했다. 

지혜복 선생님은 하루라도 빨리 교육 현장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한다. 승리를 축하하는 연대 동지들에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야죠'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선고 직후 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엄청난 폭염인데도 행정법원 앞이 가득 찼다. 세종호텔지부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꿀잠', 김용균재단, 전교조 성남지부, 그리고 소속 없이 연대하는 여러 시민들까지 모두 지혜복 선생님의 승소를 축하했다.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이 학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가 전보·해임된 교사 지혜복 씨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해임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지씨와 연대 단체들이 이날 선고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이 학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가 전보·해임된 교사 지혜복 씨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해임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지씨와 연대 단체들이 이날 선고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지혜복 선생님은 승리를 기뻐하기보다 폭염의 날씨에 고공농성 중인 택시지부 고영기 사무장, 복직투쟁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과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을 걱정했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연대활동을 하다가 서울교육청에서 구속된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떨렸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8월 14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지혜복 선생님 발언을 들으면서 2018년에 KTX 해고노동자들이 당시 쌍용차 해고노동자 동지들 대한문 앞 분향소에 와서 복직 소식을 전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KTX 동지들은 복직을 기뻐하는 게 아니라 "먼저 복직해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KTX 동지들도 장장 12년에 걸친 투쟁을 했고, 법정에서는 1심 승소에 이어 2심 패소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반환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결을 받았고, 그 때문에 절망한 한 분이 갓난아기를 두고 세상을 등졌다. 

그 뒤로 KTX 해고노동자들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모두 복직했다. 당시 KTX 해고노동자들은 염원했던 승무 업무, 즉 기차를 타고 운행을 관리하며 승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업무가 아니라 기차역에서 일하는 역무 업무로 복직됐다. 그런데 그중 한 분이 얼마 전에 승무 업무로 복귀하여 팀장으로 영전했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SNS를 통해 알게 됐다. "20년 만에 다시 승무원이 돼 기차를 탄다"며 기뻐하셨다고 한다.

2018년 10월 21일 한국철도공사와 정규직 복직에 합의한 KTX해고 여승무원들이 서울역에서 교섭 보고대회와 천막농성 해단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2018년 10월 21일 한국철도공사와 정규직 복직에 합의한 KTX해고 여승무원들이 서울역에서 교섭 보고대회와 천막농성 해단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지금도 서울역에 갈 때마다 2층에 있는 평상을 보면 KTX 해고노동자들이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오체투지를 했던 날이 생각난다. 오체투지를 마친 해고노동자들이 그 평상 위에 모여 숨을 고르고 기운을 차렸다. 발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동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팔이 떨려서 마이크가 잘 안 잡힌다"며 당황해했던 것도 기억난다. 땅을 기고 고공에 오르고, 그렇게 싸워서 KTX 동지들은 이겼다. 

귀신 얘기 작가로서 미신적인 소리를 좀 하자면 '승리의 기운'이라는 것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긴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지혜복 선생님이 승리하셨으니 택시지부 고영기 동지도, 세종호텔 동지들도, 옵티칼 동지들도 반드시 그 기운을 받을 것이라 믿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택시노동자 고영기 고공농성 100일, 이재명 정부 해결 촉구!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택시노동자 고영기 고공농성 100일, 이재명 정부 해결 촉구!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금속노조가 2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부당해고 사건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판결을 규탄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금속노조가 2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부당해고 사건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판결을 규탄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7월 23일 해고무효 소송에서 패소했다. 23일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른 사건들도 한꺼번에 선고하는 날이라 재판정이 무척 붐볐다. 그런데 첫 사건부터 판사가 줄줄이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만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 그리고 옵티칼 동지들의 부당해고 사건도 그렇게 한마디로 정리됐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물론 법정 투쟁이 싸움의 전부는 아니다. 법원의 판결은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선고 직후 고등법원 앞 기자회견에서도, 그리고 평택 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저녁에 개최한 문화제에서도 배현석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은 "조합원들과 민주적으로 논의해서 앞으로 투쟁 방향을 함께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혜 사무장만 담담했다. 다른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굳은 표정이거나, 발언을 하다가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구미에서 평택에서 서울을 오가는 투쟁의 과정들을 전부 봤기 때문에 함부로 위로할 수 없었다. 법률대리인을 맡은 탁선호 변호사님은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평택의 니토옵티칼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회사이며 둘 다 일본에 있는 니토덴코 본사의 지휘관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문건으로 증명했는데 법원이 그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것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평택 니토옵티칼은 경영체제에 있어 일관되게 일본 니토덴코 본사의 감독을 받았다. 두 공장 모두 생산하는 물품 종류부터 사용하는 기계, 심지어 사원증과 유니폼까지 똑같다. 그런데 한국에서 서로 다른 법인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라는 주장을 서울고등법원이 인정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기업이 법인을 여러 개로 등록해서 회사를 '쪼개기'만 하면 직원들을 멋대로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3일 평택 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 승리를 위한집중문화제'가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지난 23일 평택 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 승리를 위한집중문화제'가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기자회견을 짧게 마치고 우리는 평택으로 향했다. 평택에서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함께 쌍용차지부 동지들이 집중투쟁문화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김득중 지부장님을 비롯해 쌍차 동지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쌍차 동지들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와 연대하여 벌써 2년이 넘게 평택 공장 앞 농성장을 지키고 아침저녁 선전전도 함께 하고 있다. 지금은 복직해서 KG모빌리티 소속이 됐지만 '쌍용자동차지부'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회사 내 소수노조이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23일 투쟁문화제에서도 쌍차 동지들은 평택역으로 기차 타고 오는 연대동지들을 데리러 가고, 문화제가 끝나고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주고, 깔개나 음료수를 준비하는 등 세심하게 지원했다. 나는 반가운 쌍차 동지들에게 또 평택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이라니 말인데 박정혜 동지가 고공농성 600일을 앞두고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도, 여당 유력 인사도 모두 구미까지 찾아와서 외국투자자본 '먹튀 방지법' 제정과 고용승계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지금 그 사람들 다 어디 갔는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약속 안 지키는 거짓말쟁이는 저주받을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사법제도나 정치인 믿고 투쟁을 시작한 게 아니다. 우리는 동지를 믿고 투쟁한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그리고 고공 투쟁 중인 택시지부 고영기 동지와 얼마 전 폭염 속 35층 크레인에 오른 평택 통복동 철거민 동지, 세종호텔지부, 지혜복 선생님, 모두 현장으로, 일상으로, 일터로 돌아가는 날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 그러니 동지를 믿고 계속 싸우며 버티면 반드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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