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은 탈북자들의 취업장려를 위해 해마다 수천만원 이상의 돈을 들여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탈북자 고용 기업들과 사회적기업들에 대한 지원예산도 늘리고 있다. 탈북자들의 취업 안정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정부는 탈북자 고용 기업들을 우대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 지원방법이 바로 탈북자 고용지원금제도이다.
탈북자 고용지원금이란 탈북자를 고용했을 경우 그 회사에 정부가 첫해는 월 50만원 씩, 나머지 4년은 70만원 씩 총 5년동안 지원하는 제도이다. 탈북자 고용지원금으로 탈북자의 취업 문이 과거에 비해 확실히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부작용도 없지 않아 있다. 탈북자 고용이 아니라 고용지원금을 목적으로 하는 악덕기업들의 경우이다.
"처음 취업한 회사에서 일 할 때는 3년짜리 계약직이라고 생각하라!"
이 말은 한국에서 취업 후 직장을 잃은 탈북자 고 영호(가명)씨가 후배 탈북자에게 전하고 싶다는 조언이다. 고 씨는 "차라리 3년짜리 계약직이었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른 방안을 마련했을텐데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일한 곳에서 갑자기 쫓겨나다보니 앞길이 막막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고 씨는 자신이 퇴직을 종용당한 것이 표면적인 다른 이유가 있지만, 사실은 회사가 국가로부터 '탈북자 고용지원금'을 더는 받지 못해서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탈북자를 고용하는 회사는 국가로부터 고용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 정착한 지 5년 미만의 초창기 탈북자다.
어떤 회사는 이 지원금을 월급 일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회사는 월급 외 보너스 형식으로 따로 지급한다. 문제는 전자의 경우처럼 탈북자의 월급을 지원금에 의존하는 회사다.
장려금을 이용하는 일부 악덕 기업주 때문에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억울하게 초기정착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탈북자 조 철만(가명)씨는 "하나원에서 무엇을 하든 열심히 내가 맡은 일만 책임감 있게 하면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3년 뒤 돌아온 건 회사에서 나가라는 말이었다. 월급을 적게 줘도 좋으니 일을 하고 싶다고 매달렸지만 거절당했다."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조 씨가 다니던 회사는 고용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탈북자를 교체해가며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런 회사는 겉으로는 '탈북자 우대"라는 허울 좋은 문구를 사용하며 탈북자를 모집해서 적은 비용으로 직원을 운영하다 결국에는 퇴사를 종용하는 곳이다.
탈북자 오 지영(가명)씨는 "하나원 수료 후 직장을 알아보던 중 탈북자를 차별 없이 고용해주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 회사에 면접을 봤다. 그런데 주변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결국 3년 뒤에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취업을 포기했다. 알고 보니 3년마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탈북자로 교체하더라"고 증언했다.
탈북자 김 선주(가명)씨는 "구직광고를 보고 전화로 문의하는데 나는 한국에 온 지 오래돼서 탈북자 고용지원금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며 아예 면접조차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자신들이 원하는 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탈북자라며 주변에 그런 탈북자 있으면 저보고 소개 좀 해달라고 뻔뻔하게 말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과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봉급과 처우에서 차별을 받는 일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출신 노동자들에 비해 기술 숙련도가 떨어지는 탈북자의 입장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장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되라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차라리 계약직같이 처음부터 미리 몇 년 뒤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다면 집 문제나 자녀교육 문제 등을 준비할 수 있었을텐데 갑자기 직장을 잃다 보니 연관된 문제들이 너무나 많이 생겼다. 틀에 박힌 교육보다는 솔직한 한국기업의 현실을 알려줘서 순진하게 당하는 탈북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취업정착 5년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탈북자를 고용한 기업의 진정성을 10년동안 평가하는 고용지원금이 됐으면 한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