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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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윤(64)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요즘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북한 전문가다. 2016년 10월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그는 가장 최근까지 북한과의 연락 창구 역할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당국자였다. 

2월 국무부에서 퇴임하기 전까지 박성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와 수년 간 뉴욕채널을 가동했고, 지난해 6월에는 직접 방북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귀국 후 사망)를 송환해 오기도 했다. 

윤 전 대표는 최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이 비핵화를 끝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에는 필요한 단계와 절차가 있다. 그 단계를 다 거쳐야하기 때문에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스스로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라며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폭 넓은 합의를 한 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기로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미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큰 것 아닌가.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평양의 기대치와 워싱턴의 기대치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워싱턴은 완전하면서도 빠른 비핵화를 원하지만 평양은 그걸 ‘항복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타협점이 나올 수 있다고 보나. “양측의 생각은 아직 멀리 있는 단계다. 그걸 가깝게 만드는 일이 외교다. 나는 워싱턴이 북한의 관심사를 조율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을 내세운 것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지금까지 ‘비핵화를 완전하고 빠르게 끝내기만 하면 많은 것을 준다’고 말하지 않았나. 김정은 개인과 정권의 안전도 보장하고 부자로 만들어준다고도 했다. (11월 중간선거 전인) 향후 5, 6개월 사이에 많은 것들을 처리한 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나머지 2년 내에 모든 걸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다.” 

-그건 결국 ‘리비아 모델’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비핵화에 여지를 두긴 했지만 일괄타결(All-in-One)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했다.(리비아가 비핵화를 완료하는 데는 2003년 핵 포기 선언으로부터 시설·장비의 미국 이전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까지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북한이 2년 내에 비핵화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해 보면 알겠지만 비핵화에는 필요한 단계와 절차가 있다. 그 단계를 다 거쳐야하기 때문에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리비아에서는 가능했는데 왜 북한은 안 된다는 건가. “미국은 이미 북한과 여러 차례 비핵화 협상과 합의를 한 역사가 있다. 1994년 체결된 북미기본합의문(Agreed Framework·제네바합의)을 토대로 2003년 (제네바합의) 파기 전까지 10년이나 비핵화가 추진됐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북한을 상대해 본 거의 모든 사람들은 결국 북한이 절대 핵을 ‘완전하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년이 지난다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북한도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지, 언제 ‘완전하게 하겠다’거나 ‘빨리 하겠다’고 했느냐. 2년 내 비핵화는 난센스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의미인가. “북한은 늘 ‘조건들만 맞으면 비핵화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왔다. 그들은 철저하게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원한다. 하나씩 주고받는 ‘행동 대 행동’ 방식(Tit for Tat)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말만 비핵화를 이야기 하면서 영원히 안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북한 김정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나. “북한의 입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본다. 북한은 비핵화에 그들만의 타임테이블(시간표)을 갖고 있다. 중국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중국 때문에 태도를 바꾼 게 아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지만, 북한은 ‘스스로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 핵을 포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북한이 ‘좋다, 트럼프 당신이 핵무기들 다 가져가고, 그 다음에 우리를 돌봐 달라’고 말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목표는 뭔가. “중국은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 체제의 안정과 김정은 정권의 생존 보장이 중국에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북한이 빠른 속도로 비핵화할 경우 체제가 흔들리고 한반도 정세 또한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북-미가 천천히 단계를 밟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는 보도(5월 21일 로이터통신)가 나왔다. “그런 우려는 처음부터 있었다. ‘문 대통령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이 미국에 와서 이야기 하는 게 100% 맞느냐’ 이런 말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은 한국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국 정부에 대한 포지션은 ‘북한에 빨리 비핵화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하라’는 것 아니겠느냐.”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가 ‘비핵화 쇼’라는 시각도 있었다. “북한 스스로는 (비핵화의) 첫 단계를 밟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게 100% 비핵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시니컬하게 볼 필요는 없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일관된 흐름이다. 그러면서도 핵무기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딜레마가 생긴다.” 

-트럼프 김정은 두 정상 모두 승부사 기질이 강해 보인다. 회담이 열린다면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포커 게임에 비유해 보면 김정은이 먼저 판돈을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판돈을 더 키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그렇게 이야기 한다고? 그럼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할 거야’라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막상 만나면 말이 잘 통할 것이다. 합의문을 내놓고 새로운 비핵화 프로세스도 만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해서 성과를 발표하면서 만족스러워할 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그 정도 합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워싱턴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측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고, 그걸 비핵화로 포장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완전한(complete)’이 아니라 ‘충분한(sufficient)’ 비핵화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성과로 포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불완전한 합의를 한다고 해도 전쟁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이미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그걸 협상을 통해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에 모든 일이 다 될 것으로 보는 것이 환상이다. 김정은이 싱가포르로 온다면 ‘비핵화 하겠다’는 선언은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정도 파기했는데, 북한과 허술한 합의를 할 경우 ‘정치적 꼼수’라는 비난을 받지 않겠나. “이번 북한과의 회담에서 이란 수준의 합의는 할 수 없다. 이란과의 합의 역시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합의문이 1000페이지가 넘는다. 북한과 당장 그런 합의를 할 수 없다. 이번에는 결국 폭 넓은 합의를 하고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풀어가자는 수준이 될 것이다. 두 정상이 첫 합의문만 내놓을 수 있다면 그게 북한 비핵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군사적 긴장을 계속 낮추고, 협상도 계속 해 나갈 수 있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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