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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소위 ‘빨치산 1세대’인 태병렬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의 부인 오혜선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였던 오백룡의 일가로 전해졌습니다. 이른바 ‘빨치산 가문’에서 한국행을 선택한 귀순자가 나온 셈이다.
남측 정부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태 공사의 가계와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내에서 출세가 보장된 이들이 체제를 이탈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특히 이른바 ‘혁명 1세대’ 가계에서 귀순자가 발생했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항일 빨치산 투쟁 가문에 속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신라시대 진골이라고 할까요. 핵심 분자죠.
“김일성과 함께 항일 빨치산 운동에 참가했던 핵심 인물들은 모두 1945년까지 연해주에서 88특수여단에 속해 있었으며 대략 50~60명 정도”라고 강 전 장관은 설명했다. 이들과 그 후손이 김씨 일가와 함께 “권력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공동체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강 전 장관은 해석한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이번 두 사람의 망명은 권력 공동체 내부가 갈등을 일으키고 분열되는, 다시 말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핵심분자 내에서도 의문시되는, 김정은의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드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태 공사 부부의 망명이 북한 체제의 내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건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한다. 다만 “당장 북한 체제의 붕괴로 연결될만큼 큰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 있는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빨치산 가문의 고위급 외교관 부부가 (남한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이 북한 고위층에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부정적 사건이긴 하다”면서도 확대해석은 경계했습니다. “고위층 수백명이 한꺼번에 넘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체제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말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남북한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북한 외교관이 보다 자유롭게 발전된 나라를 동경해 탈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앞으로도 특히 해외 체류 북한 인사들의 탈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면 이는 매우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정 실장은 “북한에는 아직까지도 소규모의 조직화된 시위도 불가능할 정도로 공안기관과 같은 억압기구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1997년 황장엽 당 중앙위원회 비서 같은 부총리급 인사의 망명도 김정일 체제의 안정성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태영호 공사의 망명이 북한 체제에 미칠 파장을 놓고는 이처럼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도 북한 정권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보다 강력한 사회 통제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