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님께 공개 편지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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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 저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 “탈북자는 먼저 온 미래, 먼저 온 통일”이라고 시를 썼던 탈북시인 장진성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탈북자는 먼저 온 통일”의 저자로서 간곡히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공개편지를 쓰게 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폭정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에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탈북민이 먼저 온 희망이 되어야 통일의 새 날도 더 빨리 밝아집니다.
그러나 지금 탈북민의 현실은 먼저 온 차별, 먼저 온 가난, 먼저 온 좌절입니다. 통일대박이라지만 탈북사회 현실은 통일쪽박입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은 탈북민들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수령주체가 주민주체를 빼앗아가는 북한 체제에서 태어난 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개인 혼란, 정착 방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탈북민들의 교훈에서도 한국 정부는 겸허히 배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통일대박은 결코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벌써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형입니다. 지금 탈북민들이 체험하는 정착 실패와 성공의 끈질긴 노력들이 곧 통일의 진통 과정입니다. 탈북민들은 한국 정부에 통일훈련과 경험의 기회를 주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북한 체제의 인민성을 자유민주주의 국민성으로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이것이 진짜 인간통일,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정답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정부의 현 탈북민지원정책에는 자본통일의 자신감만 내세운 비효율적인 과소비만 있을 뿐입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남북하나재단입니다. 탈북민지원 예산이 240억이라지만 실제는 240원짜리 재단입니다. 1억원이 넘는 임원들의 고 연봉에 억지로 맞춘 재단의 비만도 문제지만 인권비, 경조사비, 홍보, 연구 등 온갖 명목의 재단자체소비도 탈북민지원예산의 또 다른 수탈구조입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란 명칭으로 출범하여 ‘양심이탈지원재단’, ‘인맥지원재단’으로 발전하다 못해 현재는 ‘북한이탈주민지원’이란 상징적 문구마저 삭제한 “남북하나재단”으로 개명한 상태입니다. 그렇게 탈북민지원예산을 “남북하나재단”으로 모두 집중시킨 탓에 각 지방 지자체들에서 지원받던 예산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마저 모두 끊겨 탈북민들의 고통은 오히려 더 증가됐습니다.
대통령님! 탈북민도 남한 주민등록증을 가진 남한 국민입니다. 남한 국민으로 정착하고, 남한 사회에서 차별 없는 경쟁을 하자면 그 첫 걸음이 되는 저소득계층의 지원도 행정자치부에서 받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탈북민은 5천만 국민의 영역이 아닌 통일부 산하의 3만 국민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 탈북민 3만명 대부분이 남북하나재단의 240억 예산을 차라리 국민세금으로 되돌리라고 맹비난하는데도 탈북민심의 권리조차 철저히 무시되고 있습니다.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정치부서인 통일부에 소속된 것은 탈북민들에게도 제한적이지만 통일부 자체의 집중기능에도 도리어 방해가 될 뿐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남북하나재단을 신통히 모방하여 통일부 산하로 출범하는 북한인권재단에서까지도 인권운동의 주역인 탈북민들이 배척당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차별적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탈북민의 희망은 현재로선 제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북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은 탈북민들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 정착심리와 정서, 경험의 주체도 탈북민들입니다. 그 매 구간들마다 분명 필요하고, 또 적성에 맞는 능력자들도 있지만 탈북민들에게는 그 어떤 권한의 기회도 인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 전문성이 가장 존중되는 학계와 인권운동에서까지도 외부시각의 기득권에 철저히 밀려있는 이 비정한 현실에서 어떻게 탈북민들 개인의 정착 성공신화가 만들어지겠습니까?
정치, 언론, 시민단체들까지 탈북민을 아예 다문화개념 속에서 다루는 차별적 문화로 고착된 지경인데 어떻게 탈북민들이 자기 정체성을 키워갈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님께서 먼저 언행일치로 보여주셔야 합니다. 먼저 온 통일인 탈북민을 먼저 만나 주셔야 하고, 먼저 고민도 직접 들어주셔야 하고, 먼저 손잡아 주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시면 탈북민 정착에서도 절망이 먼저이고, 북한인권에서도 정치가 먼저이고, 통일에서도 혼란이 먼저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님은 탈북민들이 희망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우리 탈북민들에겐 대통령님이 희망입니다. 대통령님의 건강과 남은 임기 동안에 막중한 국책 운영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뉴포커스 대표 장진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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