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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만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3월 2일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제재안을 채택한 회의에서 손을 들어 표결하고 있다 | 채택이 임박한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논의부터 채택까지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됐다.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관측된 강력한 인공 지진파가 5차 핵실험으로 확인된 9월9일. 유엔 안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이 전했다.
안보리의 9월 의장국인 뉴질랜드의 제라드 반 보히먼 대사는 회의 직후 언론성명을 통해 강한 어조로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했다.
그러면서 유엔헌장 41조에 따라 이사국들은 즉시 적절한 조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보히먼 대사가 언급한 유엔헌장 41조는 추가 제재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새 대북 제재 결의안 마련에 착수하겠다는 사실이 확인된 사실이다.
같은 날 사만다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 역시 이 같은 안보리의 계획을 뒷받침 했다.
북한의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추가적 중대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며, 여기에는 새로운 제재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비난 성명이 이어졌고, 관계국 정상들 역시 전화통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뜻을 모으기로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북 압박 공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핵 실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핵실험 당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으며,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안보리 결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이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실험 나흘 뒤인 13일 서울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성 김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에 대해 신속하고 강력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유엔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핵실험 직후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통해 새 결의안 논의 사실을 밝히고, 여러 나라가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결의안이 빠른 시일 내 채택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결의안 채택까지 역대 가장 긴 시간이 걸린 건,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2270호로 총 57일이 소요됐다. 이 즈음 오준 유엔주재 한국 대사는 해당매체와의 통화에서 협상 당사국인 미-중 간 합의가 시작된 사실을 확인하고, “(2270호보다는)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이사국들의 생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관련국들은 양자, 다자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유엔총회를 앞두고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미-한-일 3국은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안보리가 강력한 새 결의안을 신속하게 채택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22일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유엔 안보리가 단합해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신속히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10월에 접어들 때까지 새 결의안 채택과 관련한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석탄 수출의 전면 금지를 위해, ‘민생 목적’을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없애는 문제를 놓고 논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이다.
그렇게 핵실험 한 달을 앞둔 10월6일 한국 외교소식통의 입을 통해 미-중 간 협상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북-중 간 교역 완전금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교역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미-중 간 입장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양국 유엔 대사의 발언이 나왔다.
미국 유엔 대사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파워 대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 결의안 논의에서, 우리가 목격한 결점을 다루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워 대사가 말한 결점은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우려해 만든 ‘예외조항’으로, 사실상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도 석탄 등 북한의 수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같은 달 8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의) 복지와 인도적 필요에 영향을 끼칠 순 없다”면서 미국과 한국이 추진하는 ‘민생목적 예외조항 삭제 혹은 축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혀 다른 두 대사의 입장이 알려지면서, 결의안 채택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10월 들어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두 번이나 시험 발사했고,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열어 언론성명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50일 가까이 진행되던 결의안 채택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 시기 유엔의 고위 소식통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270호보다 더 빨리 채택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미-중 간 입장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소식통의 말처럼, 결국 11월5일 안보리는 2270호의 역대 최장 기록인 57일을 뛰어 넘었다.
협상이 길어지자, 일부 언론들은 중국이 11월8일에 열리는 미국의 대선 이후에 합의에 이르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관측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실제로 대선이 끝난 지 약 일주일이 지나자 두 나라 사이에 절충점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한 외교소식통이 16일 ‘VOA’에 “북한 석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실효적이면서도 검증할 수 있는 틀에 대해 미-중 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며, 안보리 결의 내용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추수감사절인 24일 이전에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추수감사절 이전에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인 23일 미국과 중국이 초안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외교가를 중심으로 확인이 됐고, 이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이 초안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는 소식 또한 전해졌다.
이후 러시아가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별다른 이의는 없었고, 결국 5차 핵실험 이후 82일만인 30일 안보리의 결의안 표결 일자가 잡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