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맥과 바보
세상 물정(物情)을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을 가리킬 때 우리는 흔히 “쑥맥”이라고 한다. 이 “쑥맥”
이라는 말의 어원은 “숙맥(菽麥)”이라고 한다.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인데 이 숙맥이
어째서 바보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을까?
숙맥의 본딧말은 숙맥불변(菽麥不辨)이었다. 변(辨)은 변별하다 또는 구별한다는 뜻이므로 숙맥
불변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콩인지 보리인지는
어린아이가 봐도 금방 아는데 그 쉬운 것도 분간 못하는 사람이라면 바보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숙맥불변”을 다 쓰기가 번거로워 “숙맥”으로 줄이게 되었고, 이 말을 남을
놀리는 말로 사용하다 보니 숙맥의 “숙”을 된소리로 발음하게 되어 “쑥맥”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쑥맥”이라는 단어는 “모순(矛盾)”이라는 단어와도 일맥상통한다.
고대 중국 초(楚)나라에 모(矛: 창)과 순(盾: 방패)을 팔고 다니는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창을 팔 때는 “이 창은 너무나 날카로워 뚫지 못하는 방패가 없다”고 선전했고, 방패를
팔 때는 “이 방패는 너무나 견고하여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한다”고 선전했다.
그런 선전을 들은 한 구경꾼이 “그렇다면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됩니까?” 하
고 묻자 그 장사꾼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를 동시에 선전하고 다니는 장사꾼은 누가 봐도 숙맥 같은 바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땅에는 그런 모순투성이 쑥맥 같은 바보들이 넘쳐 나고 있다. 가족이 한 일이라서 나
는 잘 모른다고 발뺌하는 자 들, 슬쩍 한 다리 걸치고 수십, 수백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거금을 받
았다면 누가 봐도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따라오는 호랑이를 믿고 으스 댄다)하는 자이다.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자들, 온갖 패륜적 쌍욕을 다한 자를 놓고 오죽하면 그런 쌍욕
을 했겠느냐고 반문 하면서 상대방의 잘못 만을 부각 시키는 아첨꾼들 등등,오늘도 신문방송에
서는 그런 모순투성이 쑥맥 같은 바보들에 대한 기사가 넘치고 있다.
이러 다간 모순 투성이 쑥맥 같은 바보들이 아니면 출세하지 못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우리 국민 중 대한민국이 과연 그런 나라가 되기를 두 손 모아 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 단 한 명이라도 있기나 할까?
그런데도 그들이 판치고 있다는 말은 힘없는 백성들은 결국 힘 있는 자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
기 마련이라는 똥배짱이 숨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힘 있는 자들은 말로는 “민심이 천심”이라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힘없는 백성들을 그들이 가지고 노는 노리개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