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통일교 측을 만나 1시간가량 통일교 숙원 사업과 행사 등을 함께 논의하며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가 지난 28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판결문에 드러난 내용입니다.■ 윤석열, 당선 직후 "숙원 사업,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게 하겠다"판결문에 따르면, 권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인 2022년 3월 22일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을 만나 한 총재로부터 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권 의원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소재에 있던 윤석열 당선인의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이때 윤석열 당시 후보자가 윤 전 본부장에게 '한학자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통일교의 프로젝트인 UN 제5사무국 설치 및 아프리카 유니언의 행사 비용을 국가 ODA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등 통일교의 각종 프로젝트와 행사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등 1시간가량의 접견이 이뤄졌습니다.
실제 1주일 뒤에 발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통일교 측 요청인 아프리카 ODA 2배 증액 목표 제시 등 새로운 정부의 아프리카 외교 비전 발표 계획이 기재됐습니다.
또한, 2024년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 외에도 2022년 11월 11일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하여 캄보디아에 방문해, 그해 12월 9일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다리 사업' 관련 EDCF 차관 지원을 승인하고 이후 차관 지원 한도액을 30억 달러로 증액시키는 등 관련 지원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후 2024년엔 통일교 유관 단체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와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해 축사하기도 했습니다.
■ '현금 1억 수수' 시점 이후 긴밀해진 권성동- 윤영호 간 연락판결문에는 권 의원이 윤 전 본부장을 만나 1억 원을 받은 걸로 지목된 2022년 1월 5일 이후 서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도 담겼습니다.
[윤영호 → 권성동 문자 메시지 (2022년 1월 5일)]
"총장님! 오늘 봬서 반가웠습니다. 아울러 후보님을 위해 대승적 결단에 큰 찬사를 드립니다. 오늘 드린 것은 작지만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
'작은 것을 드린' 1주일 뒤에는 두 사람이 더 긴밀해진 모습이 문자 메시지에 드러났습니다.
[윤영호 → 권성동 문자 메시지 (2022년 1월 11일)]
"의원님! 다음 주 화, 수, 목 가운데 일정 하나 주시면 점심식사 모시고 싶습니다. |
설이 다가오자, 또 다른 선물을 이야기합니다.
[윤영호 ↔ 권성동 문자 메시지 (2022년 1월 17일)]
"의원님! 여러 일들로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설이 다가옵니다. 제가 작은 정성이지만 선물을 좀 보내드리고 싶은데, 주소 하나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개포동 XX 입니다." |
이후 식사 자리에서 이들은 다시 만납니다. 이 점심 이후에도 윤 전 본부장은 "점심 감사하다"며 "약소하나마 와인과 고기를 보냈는데 발송인 카드가 안 보였던 것 같다. 아까 말씀드린 것은 방안을 좀 더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 문자를 보냈고, 권 의원은 "고맙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문자 메시지를 보고 "식사 이후 피고인과 윤영호의 관계가 긴밀하게 발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 "후원은 제가 과감하게 제안"..."큰 거 1장 서포트" 메모윤 전 본부장은 다이어리에도 해당 내용을 적어뒀습니다.
법원이 1억 원이 전달된 걸로 인정한 2022년 1월 5일 윤 전 본부장 다이어리에는 '큰 거 1장 서포트', '권성동 의원 점심'이라고 적혔습니다.
이 다이어리에는 김건희 여사 선물 전달 과정도 적혀 있고, 실제로 이 물품은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 그 신빙성이 더 높았습니다. 메모 내용은 '샤넬 백 삼' '여사 선물 전달' '여사 선물 전달 : 그라프' 등입니다.
이와 함께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을 만나기 전후, 통일교 관계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에도 '후원' 등을 언급합니다.
권 의원을 만나기 전인 2021년 12월 30일, 윤 전 본부장은 이 관계자에게 "후원은 이제 얘기하시어요. 대신 어제 제가 권(권성동)에게 얘기한 조건을 우선적으로 수용하라고 해주시구요. 후원은 그 뒤 과감하게 제가 제안할게요"라고 말합니다.
이어 "권과 얘기할 때 받은 느낌은 윤후보(윤석열)의 우리 서밋 참석에 고민과 우려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구체적 후원금액은 얘기 안 했고, 표수·재정지원 이를 위해서는 서밋 참석과 우리 정책 공약화를 얘기했구요"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측에 재정 지원은 물론 '표'를 몰아주고, 이를 대가로 통일교 현안을 전하는 방안을 이야기했단 걸로 풀이됩니다.
문제의 '권 의원과의 만남'이 있었던 2022년 1월 5일 이후, 이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에게 '후원금' 이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자 윤 전 본부장은 "어머님 결정 후에요. 일단 권에게는 그날 신뢰 수준의 지원을 했어요" 라고 답합니다.
1월 5일 1차로 '지원'을 했고, 추가 후원은 어머님 즉 한학자 총재 결정 후에 하겠단 뜻입니다.
재판부는 이런 증거를 근거로, 권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국민의 기대와 헌법상 책무를 저버린 행위이자 금권(金權)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목적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권 의원을 질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