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이 무너졌다고 도전까지 조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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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이 무너졌다고 도전까지 조롱할 것인가
입력
수정2026.07.14. 오전 8:38
기사원문

[표지이야기]중앙일보·JTBC 혁신 실험, 성과·한계 평가 필요… 지속가능성·신뢰 회복은 언론계 공통 과제
중앙홀딩스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계열사 4곳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발표한 2026년 6월15일 서울 마포구 제이티비시 건물 모습.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
중앙홀딩스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계열사 4곳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발표한 2026년 6월15일 서울 마포구 제이티비시 건물 모습.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앙그룹 부도 사태를 보며 한동안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JTBC)에서 일하는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회사의 위기는 숫자로 먼저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해온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쉽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은 중앙그룹의 경영 판단을 옹호하거나 특정 회사의 선택을 사후적으로 변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도전하면 위험하다”거나 “콘텐츠와 디지털에 투자해도 소용없다”는 식의 단순한 교훈으로 소비되는 것은 경계하고 싶다. 미디어 환경 측면에서 보면 질문은 다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 언론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가.

 

적잖은 언론사, 중앙일보 실험 주시해와


 

이번 사태는 단순한 ‘파산’이라는 말로 정리하기 어렵다.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제이티비시는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회생절차 개시 여부 판단이 2026년 7월30일까지 보류됐다. 중앙일보는 별도로 채권단과의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금융 위기의 언어로만 읽기에는 부족하다. 한국 언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콘텐츠 포맷을 바꾸고, 디지털 조직을 세우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더 많이 도입하면 위기는 해결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기술 도입이나 콘텐츠 실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 신뢰가 조직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언론계에서 ‘혁신’은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디지털 혁신, 뉴스룸 혁신, 콘텐츠 혁신, 이제는 인공지능 전환(AX)까지. 하지만 현장에서 이 단어는 종종 공허하게 들린다. 새로운 부서를 만들거나 콘텐츠 형식을 바꾸는 일, 때로는 비용 절감과 인력 재배치까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한국 언론에 필요한 도전은 유행어보다 구조의 재설계에 가까워야 한다. 독자와 다시 관계를 맺고 신뢰를 회복하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가치가 조직의 지속가능성으로 돌아오도록 일하는 방식과 수익 구조를 함께 바꾸는 일이다.

내가 언론인 연수와 미디어 지원 업무를 하며 품었던 질문도 이와 멀지 않았다. 저널리즘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한국적 상황에 맞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전세계를 독자층으로 삼을 수 있는 영어권 매체와 달리 한국 언론은 언어, 시장 규모, 독자 기반, 수익 구조가 제한적이다.

국외 사례가 그대로 한국의 답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국외 언론사의 시행착오를 접하고 각자의 현실에 맞는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중앙일보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디지털 퍼스트와 통합뉴스룸 체제를 도입했다. 디지털 콘텐츠를 먼저 생산하고 이를 지면에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생산 관행을 바꾸고, 데이터저널리즘과 데이터 분석 조직, 24시간 뉴스 대응 체제도 실험했다. 초기에는 현장의 혼선과 피로감, 반발도 있었다. 일부 제도는 시행착오 끝에 폐지됐다. 그럼에도 조직과 업무 방식을 실제로 바꾸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후 로그인 독자를 확보하고 ‘더중앙플러스’를 통해 유료 구독 모델을 실험하며 포털과 광고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맺으려 했다. 모두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당시 적지 않은 언론사가 중앙일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먼저 시도한 조직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본 뒤 움직이려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개별 시도의 성패와 한국 언론 전체가 함께 고민했어야 할 과제는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디지털 유료 구독 서비스인 ‘더중앙플러스’ 소개 화면.
중앙일보 디지털 유료 구독 서비스인 ‘더중앙플러스’ 소개 화면.


 

재무 위기와 묶어 ‘실패’로 규정해야 할까


 

제이티비시의 시도는 콘텐츠에서도 뚜렷했다. ‘스카이(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등 드라마에서 대중적 성과를 냈고, 트로트 열풍이 거셌던 시기에도 트로트 포맷을 주력 전략으로 삼기보다 ‘팬텀싱어’ ‘슈퍼밴드’ ‘비긴어게인’ ‘싱어게인’처럼 서로 다른 형식의 음악 콘텐츠를 이어갔다. 보도 부문에서도 모바일팀을 꾸리고 뉴스룸 큐시트보다 모바일 대응을 먼저 논의하는 방식으로 생산 관행을 바꿨다. 콘텐츠 투자와 스포츠 중계권 비용 부담은 냉정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 자체를 지금의 재무 위기와 곧바로 하나의 실패로 묶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2025년 매출 3210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했고 1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가 신문사 자체의 경영 성과를 압도했다면, 이번 사태를 “신문이 안 돼서”라거나 “디지털 실험을 해서” 벌어진 일로 단순화할 수 없다.

문제는 시도 자체가 아니라 그 시도가 어떤 수익 구조와 권한 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 안에서 이뤄졌는가다. 현장에서 만난 기자 중에는 변화 필요성을 느끼는 이가 많았다. 아이디어도, 열정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조직의 방향을 바꾸거나 예산을 집행할 권한이 없다. 현장의 문제의식이 의사결정과 예산, 데이터, 기술, 독자 전략으로 연결되도록 권한의 흐름을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좋은 콘텐츠, 디지털 전환, 조직문화 변화는 모두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수익이 어디에 쌓이고 리스크는 누가 지며, 투자 비용과 성과가 어디에 귀속되는지 함께 봐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물어야 할 게 있다. 언론은 무엇을 위해 도전해야 하는가.

나는 지금 한국 언론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언론 개혁도, 가짜뉴스 대응도, 디지털 전환도, 인공지능과 데이터 활용도 결국 지향해야 할 곳은 신뢰 회복이어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과 독자 접점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변화는 혁신이라기보다 유통 방식의 변화에 그칠 수 있다.

 

언론 비판이 조롱·냉소로 끝나지 않도록


 

언론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와 달라야 한다. 빠르게 말하고 강하게 주장하며 더 많이 클릭되게 만드는 것이 언론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플랫폼이 바뀌어도 사실을 확인하고 맥락을 설명하며 권력을 감시하고 공동체가 함께 판단할 수 있는 공적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 그 역할을 다시 신뢰받게 하는 것이 지금 한국 언론에 필요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이번 사태 이후 한국 언론에 남은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앞으로의 도전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플랫폼을 바꾸고 콘텐츠 형식을 바꾸고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도입하는 일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시도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변화는 다시 유행어가 되거나 비용으로만 남을 수 있다.

다른 언론사들도 이번 일을 ‘남의 실패’로만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도전하지 않는 명분을 찾는 일이 아니라, 도전이 지속가능한 구조 안에서 이뤄지도록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콘텐츠의 성과가 어디에 쌓이는지, 현장의 문제의식이 의사결정과 예산으로 연결되는지, 그 변화가 독자에게 더 믿을 만한 저널리즘으로 전달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나는 언론의 위기가 냉소와 이죽거림으로 소비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비판도, 개혁 요구도 필요하다. 그러나 비판이 조롱으로 남고 개혁의 언어가 냉소로 소비될 때 우리가 회복해야 할 신뢰는 더 멀어진다. 독자를 다시 이해하고, 사실 확인과 맥락 제공이라는 언론의 기본을 단단히 하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와는 다른 공적 책임을 보여주는 일. 이것이 중앙그룹 사태 이후 한국 언론이 다시 붙잡아야 할 도전이다.

 

강혜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유통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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