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은 집인가 아닌가…논란의 '욕조 허용' 결국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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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은 집인가 아닌가…논란의 '욕조 허용' 결국 재검토
입력
기사원문

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국토부, 고시원 욕조 금지 삭제 추진
주거공간 활용 현실 반영 조치
고시원·고시텔 거주 15만8000가구
"집 같지만 집 아닌 공간만 늘어"
쏟아지는 비판에 9일 만에 '재검토'
고시원은 집일까, 아닐까. 건축법상 주택은 아니고 주택법에서는 '준주택'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누군가가 매일 먹고 자는 유일한 집이다. 고시원의 태생적 모순이 '욕조' 때문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가 고시원에 욕조를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려다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사진 |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고시원에 욕조를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려다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사진 | 뉴시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기존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은 고시원에 취사시설과 욕조 설치를 금지하면서 책상 등 학습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개정안은 욕조 설치 금지 조항을 없애고, 학습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국토부는 행정예고문에서 "최근 고시원이 1인 가구의 주거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안전과 무관한 일부 건축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시원마다 욕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고시원 개별실에 욕조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없애려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욕조는 애초에 왜 금지했을까. 답은 고시원의 정체성에 있다. 고시원은 독립된 주택이 아니라 다중생활시설이다. 책상 등 학습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던 규정에도 고시원이 애초에 학습과 숙박을 위한 공간에서 출발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실의 고시원은 이미 달라졌다. 국토부의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44만3000가구 가운데 고시원ㆍ고시텔 거주 가구는 15만8000가구로 35.7%를 차지했다. 고시원을 선택한 이유로는 '더 싼 월세를 찾기 어려워서'가 32.9%에 달했다. 수험생이 공부하면서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사실상의 주거공간이 된 셈이다.

정부가 욕조 금지 조항을 없애려 한 조치를 '규제 완화'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고시원 이용자들은 이를 '고급화와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국토부 행정예고에는 개정안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이 올라와 있다. 한 작성자는 최근 일부 고시원이 '스테이' 등의 이름을 붙여 월 40만~80만원을 받고 있다면서 욕조 허용이 가격을 더 올리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 | 챗GPT 생성이미지]
[그래픽 | 챗GPT 생성이미지]
1인가구협회도 지난 14일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가 문제 삼은 것 역시 욕조 자체만은 아니었다. 고시원을 집처럼 만드는 것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더 나은 주거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었다.

현행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1인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이고 전용 입식부엌과 수세식 화장실ㆍ목욕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고시원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어서 최저주거기준과는 다른 제도적 틀 안에 있다. 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욕조 설치만 허용하면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 없이 "집처럼 보이지만 집이 아닌 공간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토부는 한발 물러섰다. 행정예고 9일 만인 21일 이용자와 관련 협회 등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욕조 설치 관련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욕조를 허용할지 여부를 놓고 시작했지만 본질은 고시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만큼 현실을 인정해 고시원을 좀 더 편리한 주거공간으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열악한 비주택을 집처럼 만드는 대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주택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놓을 것인가하는 질문이다. 

정부는 결국 욕조 허용을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법으로는 집이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15만 가구 넘게 살아가는 곳. 고시원은 집일까, 아닐까.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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