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판사도 고발…1100건 법왜곡죄 “불복 대체 수단 안돼”[안현덕의 Law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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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판사도 고발…1100건 법왜곡죄 “불복 대체 수단 안돼”[안현덕의 LawStory]
입력
기사원문

오세훈 ‘무죄’ 판결 판사 연이은 고발
시행 7개월 경찰 고발 사건만 1162건
경찰이 4355명 1위…판·검사 수백명
76%가 불송치…200여건 현재 수사중
재정립 ‘목소리’…분쟁, 상소 등 제도로
불입건·기소 등 기준 명확히 정립 해야
위헌소지 있어…폐지해야한다 목소리도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법 개정안 수정안(법왜곡죄)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법 개정안 수정안(법왜곡죄)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이 11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판단한 판사들까지 법왜곡죄로 고발되고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자칫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왜곡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불복의 수단으로 쓰이는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경호 변호사는 최근 구회근 부장판사를 법왜곡죄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고발했습니다. 구 부장판사는 앞서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그가 오 시장 항소심에서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그 법리를 그대로 적용치 않았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또 구 부장판사가 의도를 갖고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줄 목적도 판결문 등을 통해 추단할 수 있다고 고발장에 적시했습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법왜곡죄, 직권남용 혐의로 구 부장판사를 고발한 바 있습니다.

법왜곡죄 고발 사건은 중수청 외에 경찰에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시행 이후 지난달 12일까지 법왜곡죄로 경찰에 고발된 사건은 1162건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885건은 불송치 등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34건은 다른 기관으로 이송됐습니다. 현재 200여건이 수사 중입니다.

법왜곡죄 고발 사건 관련 인원만도 1만4825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피고발자 가운데 4355명이 경찰(해양경찰 포함)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검사(1066명), 법관(877명), 특별사법경찰관(160명), 검찰수사관(26명) 순입니다. 이들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 ‘기타 비신분자’는 8341명으로 전체 접수 인원의 56.3%를 차지했습니다.

The Statue of Justice - lady justice or Iustitia / Justitia the Roman goddess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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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 또는 수사 관련자가 재판과 공소 제기·유지, 수사 과정에서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의 행위를 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왜곡죄 사건 10건 중 7건이 불송치 으로 마무리되고 있는데다, 주요 사건의 판결이나 수사 결과를 문제 삼는 고발도 이어지고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시행 이후 7개월이 지난 만큼 법왜곡죄에 대한 재정립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법왜곡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무부 산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법왜곡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법왜곡죄가 불복절차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률 해석이나 증거 평가에 대한 분쟁은 원칙적으로 상소제도와 불복절차를 통해서 해결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백한 법왜곡이 의심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형사 절차가 개시되도록 운영되는 등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주·객관적 구성 요건 판단, 불입건, 기소·불기소 등에 대한 운영 기준이 마련돼야 한는 지적입니다. 또 이들 기준 정리한 실무지침을 마련해 사건 처리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는 만큼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각종 부작용 등 ‘득’보다 ‘실’이 많은 데다, 현행 헌법에도 어긋나는 만큼 법률 개정을 통해 법왜곡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입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왜곡죄는 판·검사는 물론 경찰 등까지 고발되는 당사자가 (본인 업무상)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할 수 있다”며 “소신껏 본인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법적으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 데다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존치하기보다는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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