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의 질책을 받고 있는 북한 보안원 / 출처 : 연합뉴스 |
해마다 11월 초만 되면 보안원들의 행패가 도를 넘는다. 단속사업이라는 미명하에 골목장사까지 차단하고 여기저기에 모여있는 '데꼬'(물건을 넘겨 받으로 온 여인)들 까지 호각을 불며 쫒아낸다. 주민들은 겨울추위보다 더 살벌한 보안원들의 눈빛에서 보안절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식한다.
2013년 탈북한 혜산출신 장옥림씨는 "시장에는 번번이 집중단속시기가 있는데 이때 단속된 사람들은 뒷문으로 보안원에게 담배나 술을 찔러주고 단속된 물건을 되돌려가지는 일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보안절을 앞둔 시기에는 걸려들면 무조건 바쳐야 하며 회수당한 물건을 찾으려고 예전처럼 뇌물을 고여도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장씨는 "보안원이 눈빛이 여느 때와 다르다. 시장에서 매대 밑에 숨겨놓고 파는 물건도 속속들이 적발하여 회수한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보안원들의 살기에 찬 행동에 상인들이 두려움에 쌓여있다."고 증언했다.
한편 2012년에 탈북한 김옥씨는 "국경연선에서 밀수를 하며 살았다. 보안절이 가까워올수록 날씨도 추워지고 보안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예전에 여러 번 뇌물을 받아먹은 보안원도 이시기에는 곁을 지나쳐도 아는 척 하지 않고 냉기를 풍기며 지나간다."고 했다.
"저녁쯤이면 순찰대 보안원들과 동 담당보안원들이 두툼한 개털슈바(털로 덮인 패딩) 입고 연선의 골목에 잠복을 한다. 그들이 목적은 어둠을 이용하여 중국과 밀수를 하는 밀수꾼과 밀수품을 노린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보안절 명절준비로 나온 것이다."고 했다.
김옥씨는 "서로마다 집 앞에서 국경경비대원의 지시에 따라 물건을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만 오면 강으로 재빠르게 달려간다. 그 순간 잠복했던 보안원들이 먹이를 만난 이리떼처럼 덤벼든다. 다른 날 같으면 뇌물을 주고 현장에서 물건을 찾을 수 있지만 보안절을 앞둔 시기는 돈도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속보안원들이 집요한 단속은 이유가 있다. 보안원 중에도 노른자로 불리는 국경보안원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려면 상부에 아첨을 해야 한다. 보안절을 맞으며 직속상관에게 큼직한 것을 고여야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밀수품을 통째로 회수해야만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마다 보안절을 앞두고는 밀수를 예전처럼 활발히 하지 않는다. 보안절 전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밀수촌을 누비며 다니는 보안원들의 거동은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람들은 "쟤네들이 움직이는 꼴을 보니 명절준비들 하느라고 제 정신이 아니다. 이럴 땐 걸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고 말한다.
또한 "밀수동네로 들어오는 골목마다 차단봉을 설치하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가방까지 속속들이 검열한다. 보안원들이 이러한 행동과 팽팽한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까지 주고 있다. 지금 국경지대 사람들은 보안절 전야에는 밀수를 당분간 미루더라도 보안절이 지난 다음에야 움직이는 추세이다."고 전했다.
"11월 19일은 공개하지 않는 명절이지만 보안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니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공포의 명절이다. 시장상인들, 동네 길거리장사꾼도 이 시기만큼은 극력 주의하고 조심히 움직이는 시기이다. 괜히 명절준비에 바쁜 보안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이익이 되는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