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수가 30,000명에 근접하고 있고, 중국 내 숨어지내는 탈북민은 약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 영국과 미국 등 북한과 인접하지 않은 국가에 체류하는 탈북민도 상당하다.
이들이 북한을 붕괴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 매년 브로커를 통해 북한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는 액수가 늘어나는데, 평균적으로 연간 총 100억원 가량이다. 이렇게 송금된 돈은 국경지대 물자 이동과 다르게 북한 전역으로 급속하게 퍼진다. 송금은 브로커와 송금자의 신뢰 관계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따라서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빠르게' 가져다주는냐가 브로커의 능력으로 꼽힌다. 브로커를 통한다면 북한 내륙 조차도 2주 안에 돈이 전달된다.
이렇게 해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100억원은 북한 정권이 가장 경계하는 시장경제체제를 만드는데 쓰인다. 물건을 거래할 때, 외부로부터 들어온 달러를 주고 받으면서 축적된 노하우의 결과가 지금의 장마당이다. 북한 내륙에서 장마당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 중 브로커와 달러의 힘이 컸다.
상업을 하는 주민은 거래 대금으로 받은 달러로 한류를 수입했다. 언어가 통한다는 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 남한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북한 내 한류는 이미 인기 트렌드가 됐다. 문화 전파가 가능했던 이유 역시 탈북민들이 해마다 보낸 100억원의 결실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 후 '출처나 사용처가 불분명한 북한의 해외 금융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이진형 씨는 "북한 정권의 자금줄은 차단하되, 국경지대에서 개인과 개인 간 전해지는 돈은 계속해서 액수를 늘려야 한다. 그것이 북한 정권을 더 빠르게 붕괴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민에 의해 보내지는 100억원은 북한의 의식마저 바꿔버리고 있다. 이 씨는 "최근에는 오히려 가족 중 한 명은 탈북자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탈북자가 있는 가정이 감시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외부에서 보내주는 돈 덕분에 더 풍족하게 산다. 게다가 감시마저도 달러 뇌물을 바치면 아무런 제약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생활의 격차가 점점 현실로 느껴지면서, 탈북을 결심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김준형 씨는 "북한 주민들은 이제 정권보다 달러를 더 신격화하고 있다. 더불어 달러에 대한 맹신이 강해지는 추세다. 김일성과 김일성,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일지도체제의 수령 자리를 조지 워싱턴에게 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법, 금융 제재, 탈북민들의 대외적 활동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물론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실제적으로 북한 내부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북한에 가족을 두고 있는 수십만의 보통 탈북민이다. 그들이 매년 송금하는 총 100억원의 돈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