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이후 처음으로 북중국경 밀수 다시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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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유지되던 북-중 밀수는 이번 대북제재로 거의 멈추었다. 지난 3월부터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 국경도시 혜산에는 밀수로 살아가던 많은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시장을 비롯한 농촌마을을 다니며 새로운 장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포커스 북한통신원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부터 북한 국경인근인 광구마을에서 장마철에 필요한 장화와 비옷 우산을 비롯한 중국 상품들이 밀수로 거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은 소극적이지만 4개월 째 잠잠했던 국경에 다시 활기가 띤다고 덧붙혔다.

통신원은 "솔직히 중국 상인들에게 생활필수품 밀수는 작은 돈벌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북한밀수꾼들이 요구하는 상품을 보내주는 것은 수년간 쌓아 온 신용에 대한 작은 보답이다. 하지만 이번 대북제재로 중국 쪽 상인이 줄고 밀수품 원천이 마르다보니 국경이 풀려도 예전처럼 왕성한 밀수가 진행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남한정착 1년 차 혜산출신 최 씨는 "북한에는 정부와 주민들과의 신용이 거의 없다. 원인은 정부가 예전처럼 주민들에게 배급을 내준다거나 월급을 주는 것 자체가 경제적인 궁핍으로 인해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고 증언했다.

반면 북한에는 한번 신용을 잃으면 다시 거래가 이어지기 힘든 특이한 거래대상이 있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오직 신용하나로만 상대를 거래하는 밀수신용이다. 중국은 북한주민이 함부로 넘어 다니기 힘든 곳이라 신용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 거래가 불가능하며 ,생업에 큰 지장을 준다는 것이 밀수꾼 출신 탈북민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북한국경지방에서 성행되는 밀수는 인근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 북한지역의 경제를 좌우지한다. 고난의 행군 당시 대량아사 돌파구는 북중국경이다. 탈북민들은 국경지방의 밀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북한밀수는 외상거래다. 먼저 중국 노반(중국 상인)이 북한대반(북한 밀수꾼)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달라고 청탁을 한다. 부탁을 받은 밀수꾼은 시장이나 개인 장사꾼을 통해서 물건을 구입한다. 구입한 물건은 국경경비 대원에게 돈을 찔러준 다음 불법적으로 중국 노반에게 전달된다.

사실상 중국 사람에게 물건을 외상으로 줄 때에는 상대에 대한 믿음과 신용이 우선이다. 중국 노반이 북한대반의 물건을 떼먹고 달아나도 북한 밀수꾼은 그에 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왜냐면 밀수는 불법적인 거래이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북한을 탈출한 혜산출신 김영옥 씨는 탈북 전까지 밀수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 상인들은 대체로 신용이 좋다. 그러지 않고서는 장사파트너인 북한밀수꾼을 잃게 된다. 중국도 국경 지역에 밀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어떤 이유이든 요구한 물건을 제시간에 넘겨 보낼 수 있는 신용 있는 파트너를 원한다."고 증언했다.

"물건을 주고받는 과정에 중국 상인과 북한 밀수꾼 사이에는 실랑이도 많다. 넘겨 보낸 물건 값을 깎거나 무게가 맞지 않다고 다투는 일도 있지만, 그런 관계가 있다고 상대를 포기하거나 값을 통째로 떼먹는 일은 거의 없다. 오랫동안 거래하면 서로의 성격과 인성을 파악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민 무산출신 장경석씨는 "밀수는 단순한 물건 거래가 아닌 인간관계의 신용이 우선이다. 그런데 물건을 외상으로 가져가는 중국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북한밀수꾼은 중국 사람에게 외상물건을 주면서도 당당하게 큰소리를 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되려면 북한밀수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물건을 외상으로 주면서 도리어 중국 상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 만약 중국 상인이 물건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날에는 북한 밀수꾼의 생업은 막혀버린다."고 증언했다.

"거꾸로 된 대접을 받으면서도 밀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중국 상인이 북한정권보다 약속을 잘 지킨다는 점이다. 국경이 막히고 단속이 심해도, 북한 밀수꾼들은 오랫동안 신용을 유지하던 중국 상인들을 마음의 기둥처럼 믿고 기다린다. 신용으로 시작한 인연이 쉽게 끊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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